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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전력 전기 방식의 10%… 폭염·혹한기 냉난방 ‘걱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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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46) '가스 냉난방기' 보급 팔 걷은 가스공사 / ‘전력수요 완화’ 대안으로 주목 전기 대신 가스 열원… 냉난방 모두 가능 / 2011년 정전사태 이후 본격 전파 나서 /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물 의무화 고효율에 혜택도 ‘빵빵’ / 전체 냉방 비중 10%… 20%까지 높여야 / 여름 성수기 원료비 할인 등 부담 덜어줘 / 천연가스 사용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
“설치비 자체는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쓸수록 비용이 적게 든다. 한여름 전기 수요 피크 때도 눈치 보지 않고 냉방을 사용할 수 있다. 중앙에서 모든 방의 냉난방을 통제할 수 있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25일 오후 서울 시내 H대학에서 만난 이 대학의 설비 담당자는 가스 냉난방 설비의 장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설비는 가스를 사용해 냉방과 난방을 모두 하는 장치다. 이 대학에는 20RT(냉방톤) 용량의 GHP(가스히트펌프) 325대와 직화흡수식 냉온수기 5대(총 2300RT)가 설치돼 있다. RT는 냉방기기의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다. 1RT는 약 33㎡를 냉방할 수 있는 용량이며, 약 3.5kW에 해당한다.

이 대학은 중앙통제실에서 모든 방의 냉난방을 통제한다. 강의실은 시간표에 맞춰 자동으로 중앙통제소에서 강의 시작 10분 전에 냉난방을 켜고 강의가 끝나기 10분 전에 냉난방을 끈다. 각 사무실에서 필요한 경우 별도로 요청해 승인이 되면 중앙통제소가 해당 시간에 냉난방을 가동해 준다. 교수 개인 연구실은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 냉난방을 가동하면 2시간 단위로 작동한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낭비가 없고, 가스냉방 시 소비전력은 전기방식의 10분의 1 수준이므로 혹서기나 혹한기 전력 사용 피크 때도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냉난방 설비를 가동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은 매년 여름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한 냉방전력 수요가 폭증해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겨울에는 한파로 전열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 이에 따라 각 에너지원의 기본 특성을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는 2011년 정전사태 이후 여름철 전력 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가스냉방 보급 확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6월 ‘공공기관의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변경해 공공기관 건물의 연면적이 1000㎡ 이상인 경우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스냉방 등의 방식으로 냉방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가스냉난방기는 전기 대신 가스를 열원으로 냉난방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기기로 냉방은 물론 난방도 가능해 기기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냉방 전력수요를, 겨울철에는 난방 전력수요를 가스로 대체해 최대전력을 완화함으로써 전력수급 안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발전소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주민들과의 마찰도 피할 수 있다.


가스냉난방기는 직화흡수식 냉온수기와 GHP 두 가지가 있다.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는 물을 냉매로 사용하며, 대형건물의 중앙 냉난방시스템에 적합하다. 이에 비해 GHP는 친환경 냉매인 ‘R410A’ 등을 사용하며 학교, 오피스빌딩, 교회, 식당 등 중·소형 건물의 개별 냉난방에 알맞다.

우리나라의 전체 냉방 중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0% 정도다. 이를 20% 수준까지 높여야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전력수급 위기에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일본의 가스냉방 비중은 약 23% 수준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냉방은 946개소에서 총 용량 18만389RT가 설치됐다. 이는 전년의 906개소, 17만6069RT보다 늘어난 것이다. 2018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설치된 가스냉방 시설은 모두 90만8785RT다. 공공시설이 46만8717RT로 가장 많다. 이어 업무용 34만920RT, 상업용 7만9054RT, 산업용 1만9690RT 순이다. 주택용(208RT)과 오피스텔(196RT)은 미미한 수준이다.


가스냉방은 장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발전 효율은 40% 정도다. 전력에너지의 특성상 저장이 쉽지 않아 전력예비율과 송배전 손실을 고려하면 실제 발전효율은 35%에 불과하다. 이와 비교해 가스는 에너지 손실이 적고 수송손실이 없으며, 가스냉방 시 소비전력은 전기방식 냉방 시의 10분이 1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는 냉난방공조용 요금 산정 때 여름철(5∼9월)에는 원료비의 25%를 할인하는 등 가스냉방 이용자의 요금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겨울철 난방에도 보일러보다 가스냉난방기 이용 시 요금을 더 저렴하게 적용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매설된 배관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한 만큼 가스를 사용할 수 있고, 특히 여름철 전력위기 같은 비상사태 때도 안정적 이용이 가능하다. 또 가스냉난방기는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사용해 대도시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크게 보탬이 되며, 특히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는 물을 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친환경적이다. GHP 사용 시 동일용량의 EHP(전기히트펌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5% 저감된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냉방과 난방에 필요한 전기를 가스로 대체하면 그만큼 폭염이나 한파 때 전력부족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가스냉방이 전기냉방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꾸준히 알려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가스냉난방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한국가스공사는 가스냉난방기 설치 시 설치·설계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설치장려금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해 한도 내 5%의 장려금을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가스냉난방기 설치 시 에너지이용 합리화 자금의 융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설치 소요자금의 100%(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에 1.5∼1.75%의 저리 이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 가스냉난방기 구매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해당돼 중소기업은 투자금액의 6%(중견기업 3%, 대기업 1%)에 대해 소득세 또는 법인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2014년 5월에 비해 2018년 5월 현재 냉방용(5∼9월) 가스 소매요금은 35% 인하된 9.5230원/MJ로, 가스냉방 소비자의 요금부담이 한층 가벼워졌다. 1MJ(메가줄)은 약 238.9kcal다.


가스냉난방기로 난방 시 적용되는 가스요금(겨울철 냉난방공조용 14.7714원/MJ)도 겨울철 보일러 요금(업무난방용 15.1432원/MJ)보다 0.3718원/MJ 더 저렴하다.약 500평 규모의 소형 건물에서 48RT(냉동톤, 1RT는 약 33㎡를 냉방할 수 있는 용량) GHP(가스히트펌프) 가스냉난방기를 사용할 경우 냉방요금은 지난해 5월 서울시 기준 259만5000원이다.

이에 비해 EHP(전기히트펌프) 전기냉방기를 사용하면 614만5000원으로 2.37배에 달한다.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중대형 건물에서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를 사용할 경우 소요되는 투자비와 운전비의 10년간 총 비용을 계산해 보면 약 7억300만원으로, 직화흡수식 냉온수기 이용 시 전기냉난방(약 8억6300만원) 대비 약 20%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중소형 건물의 경우 초기 설비 구입비용은 가스식인 GHP가 조금 더 들지만 가스냉방 지원제도와 저렴한 요금구조 때문에 사용할수록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여름철인 5∼9월 냉방용 요금을 원료비의 75%로만 산정하며 가스냉방기 사용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이 같은 장점에도 가스냉난방기의 보급이 더딘 것은 정부 지원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갑자기 지원 예산의 총액을 설정함에 따라 예산이 소진되면 지원 사업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가스냉방 보급 예산은 70억4000만원으로 가스냉방 설비를 설치하고도 지급받지 못한 장려금이 15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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