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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살아 있는 꽃에서 향기 성분을 포집하는 과정으로, 매화에서 향을 추출하는 모습. 이렇게 개발한 매화 향을 설화수 제품에 담았다.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
봄이 시작되면 특별한 출장을 계획하느라 분주해진다. 출장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좋은 향기가 있는 한국 전통 식물을 조사하는 것이다. 이는 문헌이나 인터넷, 답사 등을 통해 향기 식물의 서식지와 개화 시기 등을 확인하는 과정 등을 포함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를 채집하는 방법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은 생소하다. 일반적으로는 수증기 증류나 용제 추출을 이용해 향을 농축시켜 얻어내지만, 아모레퍼시픽에서는 주로 꽃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향기 성분만을 포집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향기가 좋은 꽃을 골라 둥근 플라스크같이 생긴 용기를 씌우고 빨대같이 생긴 유리관에 향기를 흡착할 수 있는 물질을 담아 꽃 가까이 꽂아 둔다. 에어펌프를 이용해 꽃에서 공기 중으로 빠져나온 향기를 두 시간 정도 빨아들이면 유리관 안에 그 향이 모인다. 여기에 기체 성분을 분리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라고 하는 기기를 이용하면 향기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대로 조향해 우리가 코로 맡을 때와 같은 향이 나온다면 조향사라는 직업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향기 성분은 분석했을 때 함량이 많더라도 향이 전혀 안 나는 물질이 있고 기기적으로는 전혀 분석되지 않더라도 향이 매우 강하게 나는 물질이 있다. 결국 자연에 존재하는 향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기계 도움도 필요하지만 조향사의 노련한 경험과 민감한 후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양에서는 벌써 봄을 알리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우리 선조들이 춘설에 피어난 매화의 은은한 향기를 좇아 여행을 다니는 탐매(探梅) 풍류를 즐겼다는 것에서 착안해 2006년부터 광양, 순천, 구례, 산청 일대에서 매화 향을 채집했다.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에 수령이 600년을 넘은 매화나무(천연기념물 제488호)는 우아한 꽃향기에 체리를 연상시키는 새콤한 과일 향이 더해져 다른 매화 향기보다 깊고 그윽하다. 구례 화엄사에 들어서면 화엄매라는 아주 특별한 매화나무와 마주하게 된다.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을 향해 걷다 보면 진한 나무색의 전각과는 대비적으로 진한 핑크빛 꽃이 만개한 매화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화엄매는 시각적 자태는 물론이고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마저도 너무나 감각적이다. 일반적인 매화 향기가 맑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반면, 화엄매는 스파이시한 향이 더해져 관능적인 여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매화 향기는 달빛이 비치는 밤에 특히 그 매력을 더한다. 밤이 되면 한옥 뜰에 심어진 매화나무 한 그루에서 나는 향이 집 전체를 가득 채운다. 달빛이 비치는 3월 뜰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함께 매화의 그윽한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속세의 번뇌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아지경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개발한 매화 향은 지난해 설화수 설린크림과 윤조에센스 매화지향 제품에 담겨 있다.
천혜 자연의 보고인 제주도는 향기 식물이 많이 자라는 곳이다. 봄바람에 한들거리는 유채꽃과 감귤꽃 향기, 겨울의 제주도를 화사한 색과 향기로 물들이는 동백꽃, 풋풋한 녹차, 그리고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 나무숲에서 풍기는 피톤치드 향까지 이 모든 것이 제주도를 더욱 향기롭게 한다.
제주의 향 가운데 으뜸은 5월에 피는 감귤꽃이다. 서양에 오렌지블로섬이 있다면 제주도에는 감귤꽃이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제주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따스한 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지럽히는 감귤꽃의 매력적 향기에 취하게 된다. 그 향기는 초록색 잎과 향기로운 하얀 꽃잎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달콤함이 있다. 그 향기에 빠져들면 향이 오래도록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제주도 명소 오설록 차밭에도 다채로운 향기가 숨어 있다. 이른 봄 연두색으로 뾰족이 올라온 녹차 새순으로 만든 햇차를 덖는 고소한 향기, 이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면 풋풋한 녹차 향과 입안을 감도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때로 제주 한란 향을 입힌 녹차를 마시면 그 향긋한 꽃내음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아 있어 여운을 준다. 감귤꽃, 녹차, 녹차꽃, 동백꽃 등 제주도 곳곳의 향기는 아모레퍼시픽과 이니스프리 화장품, 오설록 녹차 등 다양한 제품에 매력적인 향으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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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봄은 미세먼지로 가득 차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향기가 가득한 계절이다. 미세먼지가 걷히는 날 한국의 향기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은 테마 여행이 될 수 있다.
[최지영 아모레퍼시픽 고객감성랩 향료 총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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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살아 있는 꽃에서 향기 성분을 포집하는 과정으로, 매화에서 향을 추출하는 모습. 이렇게 개발한 매화 향을 설화수 제품에 담았다.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http://static.news.zumst.com/images/18/2019/03/14/d6a6b365227b42c78f2710422e08ee9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