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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 위스키의 명가 조니워커의 최고가 위스키, 조니워커 블루라벨 킹조지 5세. /사진=홈페이지 캡처 |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00] 100만원 넘는 술은 무슨 맛일까. 그것은 천국의 맛일까. 시리즈 100회를 맞아 블렌디드 위스키의 명가 조니워커의 최고가 술 '조니워커 블루라벨 킹 조지 5세'(킹조지)를 소개한다.
킹조지는 1934년 조니워커가 영국 국왕 조지 5세에게 왕실에 위스키를 공급할 수 있는 왕실 인증서를 받은 것을 기념해 빚었다. 귀한 술이다.
왜 귀한고 하니, 희소성 때문이다. 킹조지는 조지 5세 재위 기간인 1910년에서 1936년까지 운영한 증류소에서 엄선한 원액을 섞어 만든다. 여기에는 포트엘런처럼 이제 존재하지 않는 증류소의 원액이 들어간다.
과연 패키징에도 공을 들였다. 펼쳐서 여는 상자, 각진 크리스털 병, 개별 고유번호를 적은 정품 인증서까지 호화롭기 그지없다. 뚜껑은 금빛 찬란하다.
설렌다. 급히 술을 잔에 따른다. 감히 마실 수가 없다. 얼마나 맛있을까. 혹시 맛이 없으면 어쩌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괜히 잔을 휘휘 돌리면서 냄새를 맡고 빛깔을 감상한다.
잔에 코를 박는다. 건포도, 초콜릿 향이 난다. 부드럽다. 조금도 사나운 구석은 없다. 짙은 호박색이다. 잔을 돌리면 우아한 눈물 자국을 그린다. 점도는 보통인 것 같다.
한참 잔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한 모금 마신다. 고개를 갸웃한다.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이 가격에 이런 맛이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실망스럽다.
조니워커 위스키 특유의 풍미가 나기는 한다. 내가 좋아하는 풍미다. 하지만 조니워커 블루라벨(블루)보다 대단히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값을 생각하면 블루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아예 조니워커 블랙라벨(블랙)도 좋겠고.
혹시 내가 놓친 뭐가 더 있지는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냉수로 입을 헹구고 두 번째 잔을 따른다. 눈이 동그래진다. 어떻게 첫 잔과 둘째 잔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조니워커 측은 킹조지를 '풍미와 향의 물결이 마치 만화경처럼 펼쳐진다'고 묘사했다. 첫 잔에서 나는 그것이 과장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잔에서 생각이 바뀐다.
과장이 아니었다. 맛과 냄새가 부서져 혀와 콧구멍 안쪽에 달라붙는다. 전체적인 뼈대는 블루와 같은데 개별적 풍미 하나하나가 훨씬 선명하고 다채롭다. 그야말로 만화경이다.
칼럼을 써야 하므로, 흥분을 가라앉힌다. 한 모금씩 마시면서 맛에 집중한다. 아까 느꼈던 초콜릿, 고소한 견과류에 스모키함이 은은하게 감돈다.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니시가 기가 막힌다. 꿀의 달콤함, 다시 견과류 맛이 미각을 휘감는다. 피니시가 잦아들고, 끝났구나 싶을 때 꽃향기가 재차 올라온다. 이때 콧구멍으로 코냑과도 흡사한 기운이 빠져나간다.
안주는 필요 없다. 냉수면 된다. 나는 킹조지를 한 모금 마시고, 물을 크게 한입 마셨다. 킹조지를 마시기 전에 냉수를 한 번 더 마셨다. 알코올을 씻고 미각을 깨우는 효과가 있다.
백화점에서는 100만원이 넘으니까 면세점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500㎖ 한 병에 면세점에서 약 35만원. 750㎖은 역시 면세점 가액 53만원. 알코올 도수는 43도.
좋다. 아주 맛있다. 그래서 그만한 값어치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흔쾌히 대답하기 어렵다. 너무 비싸기는 하다. 여유만 되신다면, 감히 추천한다.
나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블랙을 사다 두고 오래 마시는 쪽을 택하겠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킹조지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술을 마시면서 돈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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