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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 아닙니다" 루이비통·나이키…글로벌 패션 기업에 영감 준 태극기

조선일보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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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유니언잭·삼색기에 이어 태극기 전성시대 오나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여러 국기 중 태극기 가장 좋아해"
국내 패션, 애국심 상징 아닌 디자인으로 대중화 도모해야

2013년 뉴욕패션위크에서 가슴에 태극기가 들어간 슈프림의 후드 티셔츠를 입은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왼쪽에서 두 번째)./핀터레스트

2013년 뉴욕패션위크에서 가슴에 태극기가 들어간 슈프림의 후드 티셔츠를 입은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왼쪽에서 두 번째)./핀터레스트


흑인 미국인으로 지난해 루이비통 남성복 부문 수석 디자이너가 된 버질 아블로는 2015년 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나라의 국기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는데, 그중 태극기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절친인 힙합 가수 칸예 웨스트와 참석한 뉴욕패션위크에선 태극기가 가슴에 들어간 슈프림의 만국기 후드 티셔츠를 입어 이목을 끌었다.

버질 아블로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 피날레에서 만국기 패션을 선보였다. 다양성과 화합의 의미로 루이비통 디자인실 팀원들의 국적을 반영한 것이라는데, 기자의 눈에는 유독 태극기가 두드러져 보였다.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 한복판에 오른 태극기가 반가워서 ‘국뽕(자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뜻하는 신조어)’에 취한 건지도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태극기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돼 다른 국기 보다 튀었다. 촌스럽거나 어색하지도 않았다. 드디어 태극기도 패션이 된 시대가 온 걸까?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에 등장한 태극기./로이터연합뉴스

2019 가을/겨울 루이비통 남성복 패션쇼에 등장한 태극기./로이터연합뉴스


◇ 이렇게 멋졌나? 세계적인 명품도 주목한 태극기

국기는 패션 디자인의 모티브로 종종 사용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국기는 미국의 성조기와 영국의 유니언잭, 프랑스의 삼색기 등이다. 이들 국기는 국가 상징물을 넘어 디자인 아이콘으로 다양한 분야에 널리 활용된다.

반면, 태극기는 한국인들도 입지 않을 만큼 패션과 무관했다. 그나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태극기를 활용한 옷과 소품이 유행했지만, 응원복이나 기념품이 대부분이었다. 이후에도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에 반짝 등장했을 뿐. 최근엔 태극기가 보수단체의 집회 도구로 사용되다 보니, 특정 단체나 이념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을까 봐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도 생겼다.

그런 태극기를 패션으로 끌어올린 건 해외 패션업체들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키츠네는 2015년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 4괘를 응용해 캐주얼 의류를 출시했고, 미국 브랜드 오프닝세레모니는 2017년 태극기와 한글, 호랑이 무궁화 등을 활용해 ‘코리아 바시티 재킷(Varsity Jacket·대학이나 운동팀이 입는 재킷)’을 내놨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디다스도 태극기의 색상과 문양을 활용한 한정판 운동화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과 노스페이스가 협업해 만든 태극기 패딩 점퍼는 또 어떤가.


오프닝세레모니 코리아 바시티 재킷, 슈프림 플래그 오버 후드티셔츠, 나이키 에어조던3 서울.(윗줄부터 시계방향)/각 브랜드

오프닝세레모니 코리아 바시티 재킷, 슈프림 플래그 오버 후드티셔츠, 나이키 에어조던3 서울.(윗줄부터 시계방향)/각 브랜드


태극기 패션은 올해 루이비통 패션쇼에서 절정에 달했다. 정확히는 태극기 외에도 10개국 국기가 함께한 만국기 패션이었지만, 그 인상은 이전의 태극기 패션보다 훨씬 강렬했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특별 상품도 아닌, 다양성과 화합이라는 브랜드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태극기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모습이 꽤나 멋지고 신선했다.


◇ 패션이 된 성조기와 유니언잭…태극기는 왜?

국기는 나라의 정통성과 역사를 상징한다. 하지만 몇몇 국기는 의미와 애국심에 상관없이 문화 콘텐츠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다. 성조기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같이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에 등장해 도전과 성취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유니온잭은 영국 록 밴드들이 무대 의상으로 활용한 덕에 음악과 패션 아이콘으로 쓰인다.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은 성조기를, 영국 신발 브랜드 닥터마틴은 유니언잭을 활용한 상품을 꾸준히 선보인다. 그들의 옷은 세계인에게 입혀지고, 그렇게 국가의 상징물은 곳곳에 스민다./랄프로렌, 닥터마틴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은 성조기를, 영국 신발 브랜드 닥터마틴은 유니언잭을 활용한 상품을 꾸준히 선보인다. 그들의 옷은 세계인에게 입혀지고, 그렇게 국가의 상징물은 곳곳에 스민다./랄프로렌, 닥터마틴


태극기는 어떤가? 애국심 외엔 이렇다 할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암살’, ‘국제시장’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태극기도 역사 현장을 재현하거나,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태극기보다 성조기나 유니언잭이 더 친근하다고도 말한다. 성조기가 들어간 옷을 입고, 유니언잭이 들어간 냉장고를 쓰면서, 태극기는 국기통에 얌전히 모셔놓고 지낸다니 아이러니하다.

이런 가운데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태극기 패션이 주목된다. 태극기의 색상(검정·빨강·파랑·흰색)을 활용한 패턴 원피스를 입었는데, 그 문양이 꽤 현대적이다.


나건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IDAS) 교수는 "태극기의 부분적인 요소만 가져와도 디자인적으로 쓸만한 모티브가 많다"면서 "태극은 음과 양, 정신과 육체, 동서양의 균형을 의미한다. 여기에 서양인들은 흥미와 매력을 느낀다. 한류의 영향이 커진 만큼 태극기 디자인을 확산시키기도 좋은 때"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태극기 원피스를 입고 3·1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뉴시스

지난달 28일 태극기 원피스를 입고 3·1 기념 전야제에 참석한 김정숙 여사./뉴시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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