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플러스] "여행이 영어로 뭐지?"…트립닷컴의 강렬한 한마디

"여행이 영어로 뭐지?"

할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턴이 묻는다. 배우 이시언이 영어로 답한다. "트립?". 요즘 자주 눈에 띄는 광고다. 여행의 평범한 고유명사인 트립을 은밀하게 브랜드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설계. 세계적인 플랫폼 여행사 중국의 씨트립그룹(Ctrip)이 한국 로컬 플랫폼 브랜드인 '트립닷컴'을 홍보하는 한국 전용 CF다. 트립닷컴의 약진이 매섭다. 외국계 OTA(Online Travel Agency) 최초로 네이버페이와 원화 결제 서비스 등 강력한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국내 여행업계를 공략하고 있다.

◆ 국내 여행사도 뚫지 못한 N페이를 뚫었다

한마디로 블록버스터 급이다. 플랫폼 네이버페이 결제는 파격이라는 게 여행업계의 반응이다.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하면 카드결제 수수료는 항공사가 부담한다. 만약 네이버페이로 트립닷컴에서 결제하면 네이버페이 수수료를 트립닷컴이 떠안는다. 업체는 적자일 수밖에 없다. 그 적자를 떠안고, 항공권 판매에 N페이를 도입했다는 건,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파이를 늘리겠다는 도발적인 발상이다. 국내 대형 여행사와 수많은 외국계 플랫폼들 역시 이 벽에 막혀 도입을 접었다.

고객들은 편하다. 트립닷컴 플랫폼을 통해 항공권과 호텔 결제를 할 때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인증 절차 없이 바로 결제된다. 게다가 순수 결제 금액의 1%는 네이버 포인트로 적립도 된다. 보통 유럽 여행은 100만원대를 훌쩍 넘어가니 1%만 해도 제법 적립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수수료가 상당하다. 최소 2%에서 많게는 6% 수준이다. 이 비용을 부담하고 영업에 나선 건 시장 파이를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파괴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간편결제서비스 시장 1위인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는 현재 2600만여 명이다. 경제활동 가능인구(2758만명)와 맞먹는 수준이니, 직장인은 누구나 쓴다고 보면 된다. 네이버페이를 포함해 다른 스마트폰 간편결제 이용액은 연간 60조원에 달한다.

◆ 원화결제 도입에 아시아 최초 고객센터까지

또 하나의 공략카드는 원화결제 서비스다. 트립닷컴이 도입한 이 서비스 역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A 최초다. 일반 여행족이 글로벌 OTA 플랫폼을 통해 결제를 하면, 원화로 진행하더라도 실제 결제는 유로나 달러로 진행된다. 고객은 카드사의 해외결제 수수료를 따로 문다. 결제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하는 위험도 있다. 예상했던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에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트립닷컴은 다르다. 원화 결제가 되니, 처음 봤던 금액 그대로 여행족은 결제를 하면 끝이다. 이게 트립닷컴을 운영하는 씨트립그룹의 강력한 현지화 전략이다.

아시아 최초 고객센터를 오픈한 것도 눈길을 끈다. 고객센터는 싱가포르, 태국, 일본, 홍콩 등 인바운드에서 한국을 능가하는 최강 여행 강국에도 없다. 규모도 매머드급이다. 24시간 연중무휴에 직원 7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곧 20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선보인 서비스도 편의성 면에서는 톱이다. 한국 진출 글로벌 OTA 중 유일하게 항공, 호텔, 렌트, 기차, 액티비티, 가이드서비스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고, 세계 5개국(한국, 중국, 대만, 영국, 독일) 기차표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트립닷컴 측은 "온라인 여행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한국이라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트렌드 변화가 빠르면서 모바일 플랫폼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도 한국이 하나의 테스트 베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립닷컴은 현재 전 세계 200여 국, 120만개 호텔 예약 정보와 함께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등 5000개 도시, 200만개 노선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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