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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과 못받고… ‘강제징용’ 恨 품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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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심선애 할머니 별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심선애 할머니가 향년 89세를 일기로 21일 오후 별세했다. 2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아온 심 할머니는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심선애 할머니가 향년 89세를 일기로 21일 오후 별세했다. 2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아온 심 할머니는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22일 광주 남구 양림동 기독병원 장례식장. 심선애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하얀 꽃들에 둘러싸인 채 놓여 있었다. 빈소를 지키던 큰아들 조종학 씨(65)는 “어머니는 생전에 일본의 사죄와 정당한 보상을 받기 전까지 죽을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심선애 할머니가 21일 오후 별세했다. 22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파킨슨병으로 투병 생활을 해오던 심 할머니가 전날 오후 6시 20분경 향년 89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1987년 먼저 세상을 뜬 심 할머니의 남편도 강제징용 피해자였다.

1930년 광주에서 태어난 심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 두 달 뒤인 1944년 5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가게 되면서 강제징용의 고초를 겪었다. 당시 14세였다. 심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일본에 갔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딴판이었다.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제대로 익지도 않은 땡감을 주워 먹거나 들꽃을 뜯어 먹었다.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괜한 오해를 살까 봐 강제징용 피해자라는 것도 말하지 못했다. 아들 조 씨는 “어머니는 5년 전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처음 (강제징용 피해자라는 것을) 밝히셨다”고 말했다.

심 할머니는 2014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미쓰비시를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참여해 승소했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의 상고로 승소가 최종 확정되는 것을 끝내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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