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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주지훈 인터뷰 / 사진=넷플릭스 제공 |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매 작품 놀라운 변주로 배우로서 믿음을 준다. 허물없는 일상 속 모습은 호감을 부른다. 매료될 수밖에 없는 배우, 주지훈이다.
전세계 190개국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극본 김은희·연출 김성훈)의 주연배우 주지훈은 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상태였다. "장난 아니다. 만족도가 5점 만점에 10점이다"라며 개구쟁이 소년처럼 눈을 빛낸 주지훈이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조선의 끝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서양의 좀비 장르를 한국의 사극에 결합해 완성한 탄탄한 스토리와 더불어 고요한 조선의 풍광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으로 전세계 팬덤을 형성 중이다.
넷플릭스는 시청률 추이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SNS로 시청평을 찾아봤단 주지훈은 "K좀비라는 신조어가 생겼더라. 유수의 엄청나게 성공한 작품들과 비교하며 '킹덤'의 K좀비가 이를 넘어섰단 반응들을 봤는데 감동적이었다"며 "실제 넘어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군가에게 그런 감동을 줬다는 것이 기뻤다"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조선 의복의 아름다움, 한국의 고즈넉한 경치에 대한 해외 팬들의 감탄사를 보며 남다른 자긍심과 뿌듯함을 느꼈단다.
사실 공포 영화나 스릴러 장르에 기겁을 하는 그였지만, '킹덤'은 좀비물에 정서적 접근을 한 지점이 흥미로웠다. '킹덤' 속 좀비는 굶주림 때문에 괴물로 변해버린 불쌍한 크리쳐이기에 정서적인 공포감이 컸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배고픈 그들의 설정이 안타까웠다고. 그는 "좀비를 마냥 괴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킹덤' 속 좀비들은 모두 우리 이웃이고, 부모이고, 불쌍한 사람들이었단 느낌이 강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은희 작가의 글에 매료됐단 주지훈은 "어려운 이야기를 굉장히 쉽게 풀어쓰신다. 이는 플레이어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다. 문맥으로 이해가 되고 감정이 공유되는 것이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주지훈이 연기한 이창은 초반 유약한 왕세자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모험을 시작하지만, 궁 밖으로 나와 민초들의 고통과 굶주림을 알게 되며 점차 한 나라를 이끄는 강인한 군주로 성장하게 된다. 주지훈은 이창의 심경과 변화에 공감했고 "책으로 본 세상이 전부였을 그가 자신의 백성들이 이토록 힘든 일을 겪고 있는 걸 봤을 때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이처럼 매 작품 제게 주어진 인물을 통해 동화작용을 이루며 캐릭터가 겪었을 감정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성장하는 그였다.
곧 '킹덤' 시즌2 촬영을 앞두고 있는 그는 벌써부터 잔뜩 들뜬 기분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벌써 '킹덤' 시즌1을 촬영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전혀 세월이 체감 안 되더라.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게 신기하다"는 그는 "사실 시즌1 찍을 때도 너무 고된 촬영이었지만 좋아하는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 동료들과 함께하니 정말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또한 이런 매력을 느낄 수 있어 기뻤단다. 물론 시즌1 촬영 당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찍는 좀비 사극은 신선하고도 낯선 작업이었다. 가뜩이나 좀비를 피해 달리고 또 달려야 했던 그는 "너무 뛰어 헛구역질이 나왔다. '킹덤' 보며 유일하게 억울했던 건 제가 키가 크니까 아무리 뛰어도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 않더라. 한 번 뛸 때마다 대자로 쓰러졌다. 말을 타고 달려도 힘든데 말과 같이 뛰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귀엽게 투정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익살을 떨며 장난스레 털어놓는 그 기색에선 그 특유의 유쾌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어 시즌2에 대해 "우리도 아직까지 이 극이 어떻게 휘몰아칠지 상상을 못 하고 있다"며 "미드 '왕좌의 게임' 시즌1만 봐도 주인공이 죽는다. 제가 끝까지 살아있을진 모르는 것"이라며 익살스럽게 눈을 빛냈다.
주지훈은 이처럼 친근하고 격의 없는 태도와 더불어 매사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상대에게도 밝은 기운을 전달했다. 또한 이는 너무도 치열하게 지나온 과거의 경험이 밑바탕 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장이다. 그는 지난 자신을 돌이켜보며 "옛날엔 생각이 너무 많았고 도전과 행동을 무서워했다. '궁'을 찍을 때만 해도 당시엔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어렸더라. 혼자 현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힘들어하고 무서워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가 말하길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어떻게 연기할지 몰라 뇌를 쥐어짤 정도로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스스로 보호 기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좋은 선배들을 만나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받고 점차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며 더 나은 길로 걸어나가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이를 "인생의 축복이었다"고 감사한 그는 "지난 3~4년 동안 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선배들과 함께 있으니 엄청나게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사랑을 베풀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사람을 쉽게 믿어 손해를 볼 때도 더러 있지만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밸런스를 조절하다 보면 오히려 확고한 용기가 생기고 이는 많은 경력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부딪히고, 깨지고, 고민하길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 모든 과정을 체화하며 성장한 그의 현재는 이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사고를 갖춘 그만의 이유 있는 자신감, 그 원천이 됐다.
이같은 변화는 그의 최근 작품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천연덕스럽고 장난기 많은 모습과 천년의 세월을 거스른 묵직함을 오간 '신과함께' 시리즈의 저승사자 해원맥부터, 날카롭고 냉정하면서도 의외의 행동으로 코믹함을 보이는 '공작' 속 북한 간부, 극한까지 치달은 뻔뻔하고 섬찟한 '암수살인' 속 싸이코패스 살인마. 그리고 '킹덤' 속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을 딛고 백성을 위해 성군으로 거듭나는 왕세자까지. 경계 없이 극단을 오가는 인물들을 연기하면서도 거침이 없었고 최선을 다해 매번 물오른 연기력을 입증해냈다.
하지만 주지훈은 다시금 인기 가도에 올랐단 주변의 평가에도 그저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인기는 제가 원한다고 오지도 않고, 가란다고 가지도 않고, 가지 말라 해도 가는 것"이란다. 그저 매 순간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고. "언젠가 또 인기가 사라지면 그러다 또 오는 거라 생각해 희망적이다"라는 그다. 그저 자만하지 않고 제 일에 충실한 것, 그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말하는 주지훈의 모습은 꽤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