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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곤도 마리에(왼쪽)가 미국 가정을 방문해 정리를 돕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
정리·정돈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일본인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35)가 새해부터 세계에 정리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곤도는 2011년 펴낸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으로 일본·한국 등에서 이름을 알린 정리 전문가이다.
올해 들어 그의 집 정리 노하우가 새삼 퍼져 나가게 된 계기는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방영하는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때문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총 8개의 에피소드가 방영된 이 시리즈는 곤도가 미국 일반 가정집을 방문해 특유의 비법으로 정리를 도와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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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 마리에 |
프로그램의 인기는 미국 전역의 재활용 가게에 물건을 기부하는 행렬로 이어졌다. 굿윌·구세군 등 안 쓰는 물건을 기부받아 판매하는 매장이나 중고품을 사고파는 빈티지 숍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곤마리’ 정리법으로 가지런히 정돈한 옷장·수납장 사진 올리기가 유행이다.
곤마리 정리법은 집안 물건을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①의류 ②책 ③서류 ④소품(부엌·화장실 용품) ⑤추억의 물건(사진·기념품)이다. 범주 순서대로 해당 물건을 모두 꺼내어 한곳에 모은 뒤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너무 많지 않은지 평가한다. 첫 순서로 옷을 정리하는데, 천정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옷 산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비로소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구나’라고 자각한다. 반성과 자각이 반복되면서 잘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버릴 수 있게 된다는 게 경험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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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리법에 따라 정리한 옷장과 양말.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
곤도는 일본어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통역을 통해 대화한다. 고객 집을 처음 방문하면 거실 한가운데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바닥을 쓰다듬으며 집과 ‘인사’를 나눈다. 물건에도 생명이 있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킹 가운데를 꽉 묶어 보관하면 스타킹이 숨을 못 쉰다고 믿는다.
그의 지시에 따라 정리하다 보면 고객들은 ‘인생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믿게 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실제로 육아를 시작한 뒤 집이 엉망이 돼 다툼이 잦아진 부부가 몇주 동안 집을 싹 정리한 뒤 화목해진 에피소드가 나온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짐을 정리하는 아내, 집 전체가 창고나 다름없는 ‘빈 둥지’ 노부부, 게이·레즈비언 커플 등이 무질서한 집을 정리하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스즈키 사토코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정리정돈이 청소 그 자체를 말한다면, 미국에서는 자아실현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곤도의 정리법은 그냥 정리법이 아니라 자신을 돕고, 이해하고, 개발하는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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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리법에 따라 정리한 옷장과 양말.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
미국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았다. 2014년 책이 영어로 번역·출판됐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곤도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홍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방송이나 토크쇼에 출연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기회는 운명적으로 왔다. NYT 기자가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곤마리 정리법에 따라 옷장 정리를 시도한 경험을 기사로 썼다. 이후 책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등 저서가 800만 부 넘게 팔렸다.
곤도는 ‘곤마리 미디어’ 창업자 겸 최고비전책임자이다. 집필과 방송 출연 외에 곤마리 정리법을 수료한 컨설턴트 양성으로 수익을 낸다. 곤마리 인증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교육비는 1인당 약 2700달러(약 303만원)이다. 스즈키 교수는 “곤도는 집 정리라는 평범한 일을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곤도의 정리법이 ‘소비주의적 미니멀리즘’이란 비판도 있다. 버리는 만큼 새 물건을 들여놓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의식 있는 소비를 유도한다는 긍정론도 있다. 아직 곤마리 정리법이 유통·소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확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결국 적게 소비하는 게 미덕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물질적인 소비, 물건 구매를 통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곤도가 전하는 메시지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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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리법에 따라 정리한 옷장과 양말.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02/12/49745c9f933d448189c7b07391e53638.jpg)
![그의 정리법에 따라 정리한 옷장과 양말.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9/02/12/d7be82d8b49c4917912de85fe282d22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