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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이베리코 돼지고기

서울경제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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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구워서 소주 한잔하려는 사람이 식당에 가 메뉴판을 뒤적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돼지고기의 종류라야 삼겹살 아니면 항정상·목살 정도일 테니 말이다. 그랬던 돼지고기 식당 메뉴판에 ‘이베리코 흑돼지’라는 낯선 이름이 추가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스페인 현지에서 맛을 본 국내 여행객들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수입되기 시작해 이제는 이베리코 전문 식당도 제법 많아졌다.

이베리코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생산된 스페인의 흑돼지 품종으로 송로버섯(트러플), 철갑상어 알(캐비어), 거위 간(푸아그라)과 더불어 세계 4대 진미로 꼽힌다. 페란 아드리아라는 스페인의 유명 셰프가 ‘내 생애 최고의 식재료’로 꼽았을 정도다. 이베리코는 사육 방법에 따라 최고급인 베요타(bellota)부터 중간급인 세보 데 캄보(cebo de campo), 세보(cebo)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베요타는 75% 또는 100% 순종 이베리코 흑돼지를 6개월 이상 ‘데헤사’라는 목초지에서 방목해 길러낸다. 베요타는 이곳에서 하루 평균 10㎏의 야생 도토리와 허브·올리브 등의 사료를 먹고 초원을 누비는 최상의 환경에서 살을 찌운다. 베요타는 스페인 말로 도토리를 뜻한다. 세보는 순수 혈통이 아닌 교배종으로 방목은 하지 않으며 일반 돼지를 키우듯 사료를 먹여 사육한다. 세보 데 캄보는 세보종을 이베리코와 교배한 품종으로 축사 사육과 방목을 병행한다.

스페인에서는 주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전통음식인 ‘하몬’을 만들기 위해 이베리코를 키운다. 하몬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2주 정도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킨 햄으로 뒷다리에 지방이 충분히 박히도록 17개월 정도 키운 이베리코를 쓴다. 이렇게 오래 키운 이베리코의 삼겹살은 지방이 너무 많아 구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국내에 이베리코 삼겹살은 없고 대신 목살·안심 등의 부위만 수입되는 이유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최근 서울 시내 음식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이베리코를 조사해보니 50개 중 5개(10%)가 이베리코 흑돼지가 아닌 백돼지였다고 발표했다. 얼마 전에는 한 대형 마트가 ‘멕시코산 이베리코’라는 팻말을 내건 해프닝도 있었다. 이베리코의 인기가 아무리 좋기로서니 색깔에 고향까지 속일 일인가. 이베리코가 돼지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놀릴 것만 같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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