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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 폐지안..."차사고에 차 없애냐" vs. "문제의 근원"

조선일보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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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학생체육축제’ 전환 방침에 체육계 논란
"어린 선수 꿈 짓밟는 탁상공론" VS "폭력 문화 뿌리 뽑는 계기"
정부, "과도한 경쟁 완화할 다양한 방안 검토 中"

"우리는 소년체전만 바라보고 준비했는데 하루아침에 없어진다니 당황스러워요." 소년체전 야구부 출전을 매년 준비해온 이모(15)군의 말이다. "교통사고 난다고 차를 없애는 꼴이다" 학생 선수들의 커뮤니티에 이런 말이 올라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의 폭력·성폭력 폭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에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 폐지안이 포함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체육계에선 ‘어린 선수들의 꿈을 짓밟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는 비판과 ‘고질적인 폭력·성폭력 문제의 뿌리를 뽑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2018년 5월 29일 충북 충주시에서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육상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2018년 5월 29일 충북 충주시에서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육상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 /연합뉴스


◇"왜 노력 물거품 만드냐" VS "이번 기회에 뿌리 뽑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5일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체육계 폭력이 성적지상주의에 기반한 엘리트 중심의 선수 육성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고 소년 체전을 폐지하는 대신 축제 성격의 ‘학생체육축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48년 역사의 소년체전 폐지 소식은 ‘체육 꿈나무’들에겐 ‘날벼락’이었다. 운동선수들 커뮤니티인 페이스북 페이지 ‘운동선수 이야기’에는 "소년체전에 출전해 수상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 과정에서 선수로서 성장하는 걸 알기나 할까?" "교통사고 난다고 차를 없애는 꼴" "운동축제로 바꾸면 동아리 운동부에 불과한데 누가 운동선수를 하겠나" 등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6일 올라온 ‘소년체전 폐지 반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틀 만인 29일 오전 10시 현재 1만 14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 작성자는 "지금도 소년체전을 향해 달리고 있을 선수들의 꿈을 짓밟는 어이 없는 정책"이라고 썼다.


‘소년체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원 게시글이 올라온 지 이틀 뒤인 28일 오후 1시 20분 기준 총 7273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소년체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청원 게시글이 올라온 지 이틀 뒤인 28일 오후 1시 20분 기준 총 7273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탁구 선수 출신인 이경선 용인대 교수는 "소년체전이야말로 가장 좋은 선수를 발굴·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년체전을 중심으로 스포츠 스타들이 배출된"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엄격한 제재를 가해야 할 일이지 소년체전 폐지는 뜬금없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학교체육에서 지도자 폭력·성폭력이 성적에 대한 집착과 지나친 경쟁 때문에 일어난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성적지상주의의 대명사’인 소년체전을 없애야 한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송강영 동서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각종 대회의 승리에 목매면서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묵인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돼 2010년대 초반부터 소년체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동안 학생과 학부형에게 피해가 간다는 이유로 말로만 끝나곤 했는데 이번 심석희 선수의 폭로를 계기로 소년 체전을 폐지할 동력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중학교 때 소년체전을 준비했던 정모(25)씨는 "당시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훈련하면서 맞곤 했다. 그 덕에 성적이 잘 나오긴 했지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소년체전 폐지가 어느 정도 폭력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48년 역사’ 스포츠 스타의 산실…정부 "메달 안 주는 등 경쟁 완화"
소년체전 역사는 1972년 6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트 체육의 일환으로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제1회 전국스포츠소년대회가 개최됐다. 이를 계기로 전국 초·중등학교에 운동부 신설 바람이 불었다. 소년체전에서 입상하면 선수의 학교와 마을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릴 만큼 큰 자랑거리였다.

대회는 엘리트 체육인 육성의 뿌리이자 스포츠 스타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여자 농구의 전설 박찬숙부터 수영의 박태환·최윤희, 역도의 전병관, 배드민턴의 이용대 등 수많은 스타들이 소년체전에서 이름을 날렸다. 박찬숙은 1974년 숭의여중 3학년 당시 제3회 소년체전에 참가해 여중부 농구 우승을 이끌었다.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는 1979년 소년체전 2관왕이었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2004년 제33회 소년체전 최우수선수 출신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전병관은 1983년 제12회 소년체전 중학부 48kg급에서 우승했다.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는 화순초·화순중 시절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소년체전 출신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 수영의 최윤희, 역도의 전병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뉴시스

소년체전 출신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 수영의 최윤희, 역도의 전병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뉴시스


정부는 소년체전을 폐지하는 대신 축제 성격의 체육 행사로 개편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전국체전에 포함돼 실시하던 고등부 종목과 소년체전을 통합해 2021년부터 ‘전국학생체육축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선수뿐만 아니라 학교 스포츠 클럽 형태로 일반 학생도 참가해서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메달을 수여하지 않거나 승리를 정하지 않는 등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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