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the300][소소한 정치이야기]'50대 남성'의 국회가 심사하는 미투법…숙제 많은 국회 여성 지위
국회가 지난 1년간 사회 각계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목소리에 입법으로 응답하려고 했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리적으로 국회 내 여성 구성원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성차별인지 아닌지를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50대 남성'들의 여성 법안 심사=국회 구성을 보자. 성평등 관점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지 않던 시대를 보낸 '50대 이상 남성' 의원들이 많다. 이들이 성평등을 추구하는 법안을 이해하고 심사하기에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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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이동훈 기자 |
국회가 지난 1년간 사회 각계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목소리에 입법으로 응답하려고 했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리적으로 국회 내 여성 구성원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성차별인지 아닌지를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관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50대 남성'들의 여성 법안 심사=국회 구성을 보자. 성평등 관점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지 않던 시대를 보낸 '50대 이상 남성' 의원들이 많다. 이들이 성평등을 추구하는 법안을 이해하고 심사하기에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12월18일 국회 페미니스트 보좌진 모임 '국회페미'가 입법의 최종 의결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의 여성 비율을 확대하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은 "'50대 이상 남성 엘리트'가 지배하는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처한 현실의 맥락을 이해조차 못한다"고 꼬집었다.
국회페미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익명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도 "절대적인 권한을 휘두르는 조직이기에 법사위는 그 어느 위원회보다 전체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잘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며 "20대 국회의원의 평균 연령은 58.5세이고 이중 83%가 남성으로 '환갑의 기득권 남성'의 가치관과 경험이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국회 통과 후 여성계에서 논란이 있던 '미투 1호 법안'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예로 들었다. 법사위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심사 과정에서 체계·자구 심사라는 직권 범위를 넘어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사회 각계 의견을 반영해 여야 합의된 정의 체계를 마음대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원래 법안 명칭은 '여성'폭력기본법이어도 적용 대상자를 특정 성별에 한정하지 않았다. 원안의 정의 체계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별에 따라 이뤄진 폭력을 막겠다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다만 법사위 최종 심사에서는 원안과 달리 '생물학적' 여성인 사람에게만 법이 적용되도록 축소돼 오히려 발의 의원들이 "남성은 폭력의 대상이어도 괜찮다는 것이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국회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성 의원들이 중심이 된 여가위와 남성 의원 중심의 법사위 사이에 미투 법안을 바라보는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율사 출신 위주의 법사위원들이 보기에 일반 형법 체계보다 앞서는 미투법안들을 원안대로 처리하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미투법안들 대부분이 지난해 9건만 통과된 것도 이같은 이유가 다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혜숙 여가위원장은 "아무래도 법의 전체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보면 미투법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고 일반적 법의 시각으로 볼 때는 미투법은 아무 것도 안 되는 것"이라며 "다만 사회적 약자가 사회에 나와 안전하게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시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여비서, 여비서"=입법 의결을 하는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그 옆에서 입법을 보좌하는 국회의원 보좌진 사회도 여성 차별이 심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보좌진을 하대하는 분위기에서 성평등한 법이 나오기 어렵다. 심지어 미투 이후에는 여성을 일부러 업무 과정 등에서 기피하는 '펜스룰'까지 더해져 여성들의 시각이 반영된 진정성 있는 미투 법안 입법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페미가 여성 보좌진들의 성차별 피해 사례를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여성 보좌진이 '여비서'로 불리며 차를 내리는 등 단순 업무를 위한 인력 정도로 소비되거나 입법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보좌진은 "모시고 있는 국회의원이 여성 보좌진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상사가 나를 대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은 업무에서 역량을 펼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은 "의원실 분위기가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편인데도 미투 이후 여성 권익과 관련된 법안에 대해서는 '남성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무조건 덮어두고 제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부터 달라져야"=궁극적으로 국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선 민의를 반영해 국회를 구성할 총선 과정에서부터 성인지 감수성 높은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을 존중하는 시각이 있는 사람을 후보로 올릴 수 있도록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 평가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복경 서강대 정치학 교수는 "국회의원 직위 자체가 1인 헌법 기관인 만큼 상임위 구성에서는 젠더에 따른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며 "전체적으로 여성 의원 수를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 공천 과정에서 각 정당이 성인지 감수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그 전에 국회가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집단적으로 높일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당선에도 성인지 감수성이 영향을 미친다면 국회 보좌진도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사람을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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