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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르쇠·책임 전가…“당신들 검사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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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1년, 서지현 검사 검찰 내 2차 가해 일침
‘안태근 유죄’ 소감 밝히는 서지현 검사 24일 변호사회관에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안태근 유죄’ 소감 밝히는 서지현 검사 24일 변호사회관에서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직권남용 혐의 유죄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영민 기자


성추행 안태근·최교일 은폐·인사보복 진상규명 방해

“20여명 허위 진술 보며 참담, 지금이라도 진실 말해야”

“안 전 검사장은 검찰의 양승태”…개혁 출발점 강조도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57)은 지난해 2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누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나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뒤, 최 의원이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2010년 12월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때다. 최 의원은 당시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가 서 검사의 피해사실을 진상조사하려고 하자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네가 왜 들쑤시고 다니냐”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펄펄 뛰었다. “제가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하는 것은 명백히 명예훼손죄다”, “8년이 지난 후 두 여검사(서 검사와 임 검사)가 저를 지목해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면서 피해자 탓까지 했다. 최 의원은 검찰 조사와 법원 증인신문을 거부하면서 진상규명도 회피했다.

그로부터 1년여 뒤 법원은 최 의원이 성추행 은폐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최 의원이 성추행 사건을 통보받았고, 임 검사의 진상조사를 막으려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서 검사의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를 둘러싼 전·현직 검사들의 ‘모르쇠’, ‘책임 떠넘기기’ 주장은 최 의원뿐만이 아니다. 안 전 검사장 밑에 있으면서 인사 실무작업을 했던 신모 검사는 서 검사의 인사안이 갑자기 통영지청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 “ㄱ검사의 인사 고충을 듣고 수정했다”고 진술했다. ㄱ검사에게 사정이 생겨, 서 검사가 급히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검사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ㄱ검사가 검찰과에 특별히 인사와 관련된 고충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 검사가 갑자기 ㄱ검사에게 전화해 고충만을 청취한 다음 서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ㄱ검사 대신 서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했다.

재판 증인으로 나왔던 오정돈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자신이 안 전 검사장에게 “술 먹고 사고 치지 말라”는 주의를 줬는지 여부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가 직접 “검찰 간부급 인사의 성추행 비위라면 상당히 주목을 했을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오 당시 감찰담당관과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주의를 줬을 수 있다’와 같은 진술은 ‘주의를 줬다’고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과 마찬가지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전·현직 검사들의 진술이 주요 증거인 사건이었던 만큼, 재판부의 세심한 판단이 아니었다면 진상규명 자체가 어려웠을 수 있다. 진상규명 방해는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된다. 서 검사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 진술을 했던 검사들에게 할 말을 전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이야기하십시오. 당신들은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서 검사는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람이 2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서 검사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인지, 출세 욕구가 강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검사와 수사관들이 명백한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을 보고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며 “검사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독립된 국가기관이라고 배웠는데 편향되고 앞뒤 안 맞는 그들의 진술이 오히려 재판부가 진실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서 검사는 이어 “왜 우리 사회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꽃뱀, 창녀, 조직의 수치라고 피해자 죽이기에 앞장섰는가. 잔인한 공동체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2차 가해를 엄벌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서 검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서 검사는 “검찰에서 양 전 대법원장 같은 역할을 한 사람이 안 전 검사장이었다”며 “이번 일이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서 검사의 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압박한 대상이었고, 안 전 검사장의 변호인 유해용 변호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있으면서 재판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혜리·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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