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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복원, 시작에 불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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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2. 다케우치 세이호, 아서 테이트 그리고 곰



늘 누군가 곁에 없어 외롭고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 안달인 우리 인간들과는 달리, 곰은 하늘 아래 외따로 의연히 살아가는 동물이다. 이 동물만큼 비사회적인 동물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곰은 고독하게, 각자 따로, 살아가기라는 과제를 수행한다.

수컷의 경우, 엄마 뱃속에서 나와 2년 정도(18~20개월) 지나면 독립하는데, 암컷과 사랑하는 기간인 1개월을 제외하면 줄곧 독거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수컷을 찾은 암컷은 약 2년간 새끼들을 기르며 가족생활이라는 특별한 삶을 살지만, 평균 수명이 26년 정도라 하니 그 시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니다. 새끼들이 떠나면, 그녀 역시 그처럼 독거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다.

야생에서의 독거란 어떤 것일까? 야생과 장벽을 쌓은 채 도시나 마을 안에서 무리 지어 살아가는 ‘무리 동물’인 우리로서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다케우치 세이호(Takeuchi Seih?, 1864~1942)의 회화 작품 <눈 속의 곰> 같은 것을 통해 그것을 조금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곰은 아마도 아시아흑곰일 것이다. 곰은 지구상에 총 8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아시아흑곰(반달가슴곰이 여기에 속한다), 아메리카흑곰, 북극곰, 큰곰(불곰, 그리즐리), 말레이곰, 느림보곰, 안경곰, 자이언트 판다가 그 주인공들이다.


19세기 화가 아서 테이트(Arthur Fitzwilliam Tait, 1819~1905)의 작품 <일촉즉발-곰 사냥, 초겨울>에서 우리가 만나는 곰은 아메리카흑곰이다. 곰과 마주보고 있는 사내의 오른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다. 그러니까 그는 이 상황에서 생존했던 인물일 것이다.

사진작가이자 산문작가였던 호시노 미치오의 운명은 이 그림 속 주인공과는 달랐다. 1996년 8월, 호시노는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곰에게 희생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토록 야생을 좋아했던 그의 이러한 죽음은 내게는 내내 곱새겨 볼 물음을 던져 주는 것이었다.


그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단순 사고에 불과한 걸까? 아니라면 그것은 대자연의 경고음 같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호시노는 일시적으로는 비극이었을 죽음의 형식으로, 늘 대자연에 소속되려 했던 자신의 염원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완성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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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 복원을 넘어


곰(큰곰, 아시아흑곰)은 캄차카 반도의 아래쪽, 오오츠크해의 건너편, 우리 민족이 살아온 이곳에도 오래 서식했던 동물이다. 무엇보다도 곰은 고조선의 동물이었다. 한국인들은 누구라도 웅녀(熊女)의 후손들이 아니던가. 환웅이라는 남자와 곰으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된 웅녀. 이들이 우리들의 조부모가 아니던가.

그러나 토템으로 곰을 모셨던 그 민족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잔혹하게 곰을 착취하고 있는 민족이 되어버렸다. 한국은 웅담(곰쓸개/쓸개즙) 채취를 위한 곰 사육이 합법화된 지구상의 단 개국 중 하나인 것이다.(다른 하나는 중국이다)


다행히, 이곳에서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녹색연합은 사육되던 반달가슴곰 세 마리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 모금을 통해 이들을 매입해 동물원으로 옮긴 것이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는 2004년 이래 반달가슴곰을 야생(지리산)에 돌려보내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2018년 5월 기준 지리산에 53마리가, 지리산 바깥에 3마리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땅에도 빛줄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복원되어야 하는 건 단지 멸종위기 생물종이나 그들의 서식지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림 대 원시림의 비율이 거의 100 대 0에 가까운 땅에는, 원시림이,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땅이 조금이라도 복원되어야 한다. 복원되어야 하는 것은 어떤 심성이기도 하다. 곰의 힘, 곰의 영혼, 곰의 영력(靈力)을 어려워하며 존중했던, 고조선을 세웠던 이들, 바로 우리 선조들의 심성 말이다.

우석영 <동물 미술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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