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한겨레 언론사 이미지

[ESC] 나왔다!!!

한겨레
원문보기
[한겨레] 헐~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내 얼굴에 그의 얼굴을 비비며 “아이고, 내 강아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할머니가 내어 주시는 귤이나 까먹었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그 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왜냐하면 퇴근하자마자 “아이고, 귀여운 하모~”를 연발하며 얼굴을 반려묘에게 비비기 때문이다. 나의 반려묘 하모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걱정이 없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잘 싸기’ 부분에서 생긴 문제다.

평소 사냥놀이를 좋아하는 하모다. 다양한 장난감을 구비해 둔다. 강아지풀 모양의 막대기나 쥐·나비 모형이 긴 줄 끝에 달린 장난감, 털실로 된 공이 있다. 비록 실내에서 이뤄지는 놀이일지언정 그는 정말 심각하다. 끝내 저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 사냥에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본능에 충실하다.

3주 전 저녁의 일이다. 하모가 신나는 사냥을 마친 뒤 기어코 (장난감) 쥐의 머리를 뜯어 먹었다. 한눈을 잠깐 팔면 일어나는 사달이다. 집사는 걱정에 발을 동동거린다. 삼킨 게 똥으로 나오지 않으면 큰일이다. 혹시라도 장에 걸려 나오지 않으면 개복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하모의 똥을 살폈다.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위생 장갑을 끼고, 똥을 하나하나 으깨 살핀다. 출근 직전에도 다시 한번, 퇴근 직후에도 한 번. 3번의 똥 검사를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하모는 아무 일 없이 잘 먹고, 잘 잔다. 걱정 속에 이부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설쳤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길, 다시 한번 똥 검사를 진행했다.

“나왔다!!!”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방금 눴는지 뜨끈한 하모 똥 사이에 평소와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흰 종이를 깔고, 그 위에 놓고 다시 살폈다. 까만색 (장난감) 쥐의 눈알이 나왔다. 그리고 하얀 솜도. 하모는 자기 똥을 정성스레 살피는 집사를 두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그제야 겨우 편안하게 잠들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서울 시내버스 노선
    서울 시내버스 노선
  2. 2하나은행 박소희 5연승
    하나은행 박소희 5연승
  3. 3대통령 귀국
    대통령 귀국
  4. 4맨유 임시 감독
    맨유 임시 감독
  5. 5정관장 단독 2위
    정관장 단독 2위

한겨레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