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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도, MLB도 아닙니다… 미국 축구장입니다

조선일보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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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서 폭풍 성장 美축구, 애틀랜타 4강전 7만명 만원 관중
2000년대 이후 젊은세대 사로잡아… 다인종도 축구 열광에 한몫
2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 선수들이 도열하고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단색이던 경기장 좌석이 일순 검고 붉은 세로 줄무늬로 변했다. 팬들이 색봉지를 흔들어 만든 일종의 카드섹션이었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를 신호로 'VAMOS(파이팅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구호)'와 'ATL(애틀랜타의 약자)'이라는 금색 글씨도 새겨졌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7만 관중이 한꺼번에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이 외치는 응원 구호에 닫힌 돔구장엔 굉음이 울렸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라는 NFL(미 프로풋볼)도, 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NBA(미 프로농구)도 아니었다. 이날 애틀랜타를 뜨겁게 달군 건 미국 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였다. 이곳에선 동부 콘퍼런스 결승 1차전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와 뉴욕 레드불스의 경기가 열렸다.

돔구장 점령한 카드섹션… 2002 월드컵 보는 줄 - 2002년 한·일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축구 열기가 애틀랜타를 달궜다. 26일 MLS(미국 프로축구) 동부 콘퍼런스 결승 1차전이 열린 애틀랜타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홈 팬들이 카드섹션을 펼치며 응원하는 모습. 이날 경기장엔 7만16명이 몰렸다. /트위터

돔구장 점령한 카드섹션… 2002 월드컵 보는 줄 - 2002년 한·일월드컵을 방불케 하는 축구 열기가 애틀랜타를 달궜다. 26일 MLS(미국 프로축구) 동부 콘퍼런스 결승 1차전이 열린 애틀랜타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홈 팬들이 카드섹션을 펼치며 응원하는 모습. 이날 경기장엔 7만16명이 몰렸다. /트위터


홈팀 애틀랜타가 7만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고 3대0으로 완승했다. 같은 날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선 포틀랜드 팀버스와 스포팅 캔자스시티가 0대0으로 비겼다. 수용 인원 2만1144명의 포틀랜드 프로비던스파크엔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이날 미국 프로축구 두 경기에 평균 4만5000여 명이 몰렸다. 미국에서 '마이너' 신세였던 모습이라곤 보기 어려운 열기였다.

26일 열린 포스트시즌 두 경기는 1996년 창설 이후 20년 넘게 꾸준히 성장해 온 미국 프로축구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0년 총관중 400만명을 넘어선 이후 8년 만에 855만명으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만1800여 명으로, 전 세계 축구 리그 중 일곱째로 많다. 현재 리그에 동·서부 합쳐 23개 팀이 있는데, 신규 가입을 원하는 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2020년까지 FC신시내티 등 3개 팀의 신규 가입이 확정됐다.


미국 축구가 성장한 데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라는 점이 한몫을 한다. 특히 중남미에서 꾸준히 유입돼 미국 내 인구 비율을 늘려가는 히스패닉 계열 덕이 크다. 축구에 열광하는 문화를 미국 내에서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LA FC 등 일부 구단은 아예 팀 상징 색과 경기장 디자인 등도 히스패닉 팬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지는 분석했다.

MLS의 운영 시스템이 기존 미국인들에게 친숙하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낮춘 요소 중 하나다. MLS는 대부분의 축구 리그와 달리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강제 도입도 여전히 반대하고 동·서부 양대 리그제를 고수한다. 연봉 총액 상한제(샐러리캡)나 드래프트 같은 미국 프로 스포츠의 특징도 ML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 특유의 치밀한 마케팅이 더해졌다.


무엇보다도 미국 프로축구의 성장은 세대 차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미국에서 축구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 올해 초 갤럽이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8~34세에서 좋아하는 스포츠가 미식축구(30%), 농구·축구(11%), 야구(6%) 순이었고, 35~54세는 미식축구(40%), 농구(12%), 축구(10%), 야구(7%) 순이었다.

지난해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 조사에선 경기 시청자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종목이 MLS(40세)로 나타났다. NBA(42세), NHL(47세), NFL(50세), MLB(57세)보다 젊은 스포츠로 간주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축구가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학교나 공원 등에서 공을 찼던 세대들이 성장해 경기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포브스지는 "미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는데도 젊은 층이 축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인상적"이라며 "축구는 미국에서 곧 미식축구·농구에 이어 세 번째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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