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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공격받고 방해받는 '혹등고래'의 시련

아시아경제 김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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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인 혹등고래들. 혹등고래는 얕은 열대 해역으로 가서 새끼를 낳고 수온이 낮은 대양으로 돌아와 먹이를 얻습니다. 연구진은 범고래의 공격이 갓 태어난 새끼를 데리고 있는 혹등고래들에게 집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이동 중인 혹등고래들. 혹등고래는 얕은 열대 해역으로 가서 새끼를 낳고 수온이 낮은 대양으로 돌아와 먹이를 얻습니다. 연구진은 범고래의 공격이 갓 태어난 새끼를 데리고 있는 혹등고래들에게 집중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고래의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사람들과 비교적 친숙한 '흑등고래(학명, Megaptera novaeangliae)'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과학자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멸종위기 종 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3000마리 이상의 혹등고래를 대상으로 꼬리에 있는 갈퀴 모양 흉터를 분석한 결과, 범고래(학명, Orcinus orca)의 혹등고래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범고래는 인간과 같은 최상위 포식자로, 20종 이상의 고래류를 먹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바다사자, 물개, 물고기와 바다새를 선호합니다.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는 남동태평양에서 혹등고래가 언제, 어디서, 몇 살 때 범고래들의 공격을 받는지 조사했습니다.

논문의 교신저자이자 칠레 훼일사운드사의 해양생물학자인 후안 카펠라 박사는 "지난 20년 간 어리고 약한 고래에서 갈퀴 모양 흉터가 발견되는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에 범고래가 혹등고래를 공격하는 일이 과거보다 증가했다고 생각된다"면서 "아마도 남동태평양에서 포경 행위가 금지된 후 고래의 번식이 증가하면서 개체수가 회복된 것이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파나마의 라스 페를라스 군도, 콜롬비아의 고르고나섬, 말라가만, 에콰도르의 살리나스와 마차릴라와 같이 고래가 번식하는 얕고 따듯한 바다와 칠레의 마젤란 해협과 남극 반도 서쪽의 겔라쉐 해협처럼 고래들이 먹이를 찾는 찬 바다에서 고래들의 사진을 찍어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다자란 고래의 11.5%와 어린 고래의 19.5%에서 전투 흉터를 발견했는데, 이는 범고래가 첫 번째 이주여행에 나선 어린 혹등고래를 주로 공격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혹등고래는 그때 생긴 흉터를 평생 갖고 살기 때문에 다자란 고래도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혹등고래의 꼬리. 범고래의 공격은 혹등고래의 꼬리 가장자리에 특유의 갈퀴 모양 흉터를 남깁니다.[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혹등고래의 꼬리. 범고래의 공격은 혹등고래의 꼬리 가장자리에 특유의 갈퀴 모양 흉터를 남깁니다.[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특히 어릴 때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 흉터가 생긴 채 마젤란 해협의 먹이장에 도착한 암컷은 흉터가 없는 암컷보다 새끼가 더 많았
습니다. 이는 흉터가 많은 암컷은 과거에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범고래를 피하고, 새끼들을 보호하는데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박의 방해로 수컷 혹등고래가 구애의 노래로 알려진 '고래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일본 홋카이도대와 오사카대, 오가사와라 고래관찰협회 등 공동연구진은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수컷 혹등고래가 선박 소음 등 인간으로 인한 소음을 들으면 노래를 중단하거나 소리를 작게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선박의 저주파 소음은 저주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고래류에 영향을 미칩니다. 혹등고래를 포함한 수염고래류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동연구진은 2017년 2월부터 5월 사이 여객 및 화물을 실은 선박의 소음이 일본 도쿄 해안로부터 남쪽으로 약 1000㎞ 떨어진 일본 오가사와라제도 주변에 사는 수컷 혹등고래의 노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선박의 저주파 소음은 저주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고래류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컷 혹등고래는 선박의 소음이 들리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지 않습니다. 선박의 저주파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NOAA]

선박의 저주파 소음은 저주파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고래류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컷 혹등고래는 선박의 소음이 들리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지 않습니다. 선박의 저주파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진=NOAA]


조사 결과 선박이 지나다니는 항로로부터의 거리가 약 500m 안쪽인 지역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수컷 혹등고래의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배가 지나간 뒤 항로로부터 약 1200m 거리 안쪽에 있던 고래들은 일시적으로 노래를 멈추거나 노래소리를 작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고래들은 노래를 부르는 빈도 자체를 줄이는 방식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노래를 중단했던 고래들은 배가 지나간 뒤 적어도 30분은 지나서야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더 연속적인 소음에 노출되는 것이 고래들에게 스트레스 요인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선박의 저주파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과학의 힘으로 인간과 고래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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