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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알리바바 국제배송비 '0원'의 숨은 비밀

머니투데이 임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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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편집자주] 가격도 비슷한 똑같은 제품을 해외직구하는데 배송비가 천차만별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고 아예 배꼽이 없는 데도 있다. 중국 사이트가 대체로 무료배송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기업의 UN국제우편체계 무임승차를 비판하며 중국에 ‘우편전쟁’을 선포한 이유이다. 전 세계를 오가는 직구 배송비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해외직구 배송비의 비밀]➁국가별 정산비율 다른 '배달국 취급비'…우편 인프라 국가 부담 구조에서 향후 국가 과제 될 수도

#직장인 김모씨(31)는 종종 중국 쇼핑몰을 애용한다. 중국 현지 판매 가격이 워낙 싼 데다 해외 배송료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다. 한 켤레에 1달러가 채 안되는 유아용 양말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배송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지만 국내 쇼핑몰 기본 배송비가 25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서울 동대문에서 강남으로 보내는 배송비보다 중국 베이징에서 부산으로 보내는 배송비가 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공격적인 배송료 정책을 내세울 수 있는 건 만국우편연합(UPU) 협약 덕분이다. UPU는 국제연합(UN) 산하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 1874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보편적 우편요금으로 회원국간 자유롭게 우편물을 거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직구 등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UPU조약 어떻길래…中 알리익스프레스 ‘무료배송’의 비밀=UPU 협약은 국영이든 민영이든 각 나라 우정기관(우체국)간 국제 우편물 거래시 적용된다. 발송 우체국(발송국)은 목적지 우체국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만 부담하고, 실제 목적지까지의 배송비용은 도착국 우체국(도착국)이 책임진다. 이렇게 되면 배달국 우체국이 손해를 보기 마련. 때문에 생긴 게 ‘배달국 취급비’다. 상대국 우체국의 손실비용을 보전해준다. 거래 당사국간 주기적으로 발송·도착량에 따라 상호 정산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정산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회원국을 4가지 등급으로 구분해 정산 요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기 때문. 우편 발전지수가 높은 미국과 호주, 일본, 프랑스는 1그룹, 우리나라는 헝가리, 체코와 함께 2그룹, 중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은 3그룹에 포함돼 있다. 3그룹에 속한 중국의 경우 1그룹에 속한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국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다.


우편 비용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2kg 이하 우편물을 미국과 일본 등지에 발송할 때 이들 나라보다 40~70% 할인된 배송료가 적용된다. 1그룹에 속한 미국, 일본과 3그룹인 중국의 정산요율이 달라서다. 가령 LA에서 뉴욕으로 1파운드짜리 우편물을 보내려면 7~9달러 들지만, 중국에서 뉴욕으로 보내는 데는 3.66달러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배송료 할인을 받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트럼프 미국 정부가 UPU 탈퇴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경쟁국들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다. 실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미끼 마케팅으로 ‘무료 국제배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제우편발송비가 워낙 저렴해 판매기업이 이를 보전해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옵션 상품으로 무료 배송을 선택했을 경우 배송 기간이 20~38일로 최대 한달 이상이 걸릴 수 있고, 실시간 배송추적이 불가능해 분실 확률이 높다. 때문에 고가상품일수록 채택률이 높진 않고, 사설 배송기업들을 찾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中 우편물량, 피해는 아니지만…=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어떨까.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쇼핑몰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매년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 우편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중국 우편물 물량은 2014년에는 전년 대비 102%, 2015년 83%, 2016년에는 80%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은 미국과 같은 비용 불균형 문제는 없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진단이다. 1-3그룹과 달리 2-3그룹간 배달국 취급비 정산요율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나라별 정산요율은 밝힐 수 없지만, 중국과 한국의 경우 정산요율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며 “또 취급비 자체가 국내에서 국내로 발송하는 우편비용보다 높기 때문에 해외 유입 우편물량이 많다는 건 우체국 입장에선 이득”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 혹은 미국으로 발송할 때 드는 운송 총비용 역시 차이가 크다. 미국에 비해 도착지 배송거리가 짧고 집중 배달 지역이 많아 도착비 배달비용을 따질 경우 미국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편물 배송 자체가 국민 편익의 보편 서비스로 우체국 집배원 인력 유지비와 시스템, 물류창고 등 인프라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고 있는 구조에서 국가간 우편배송 물량의 불균형 문제는 향후 국가적 해결과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우편물량은 중국으로 건너가는 우리 우편물량보다 3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수 기자 l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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