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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 '신상 턴' 맘카페 회원 처벌 가능하다

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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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지난 13일 어린이집 보육교사 A(여·37)씨가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13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야외 행사장에서 아동을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틀 전인 11일 어린이집 원생들을 데리고 지역 축제에 갔는데, 한 시민이 "어린이집 조끼를 입은 보육교사가 축제장에서 네 살로 보이는 어린아이를 바닥에 밀쳤다.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날 밤 인천·김포 지역 한 인터넷 맘 카페에 A씨의 실명을 공개한 글이 올라왔다. 뒤이어 그를 비난하는 댓글과 관련 글들은 줄을 이었다. 신상이 털린 것이다.

A씨가 다니던 어린이집 관계자는 경찰에서 "A씨가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어린이집 이름 등 구체적 신상이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공개됐다"고 진술했다.

논란이 된 김포 지역의 맘카페 게시물./소셜미디어 캡처

논란이 된 김포 지역의 맘카페 게시물./소셜미디어 캡처


사건이 알려지자 15일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아동 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자살했다’며 ‘인터넷 맘 카페에 실명이 돌았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신상 털기까지 하고 있는 범법 행위를 처벌해 달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17일 오후 4시 현재 8만명이 동의했다.

이른바 ‘신상 털기’는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 판결이나 구속영장 심사 결과가 나온 뒤 판사의 신상도 털리고, 수사한 검사의 신상도 털린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 우선 거론…"공익이라 보기 어렵다"
인터넷 카페에서 보육교사의 실명과 사진 등은 댓글을 통해 퍼져나갔는데, 실제 올린 사람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학대받은 아이의 이모라는 사람이 어린이집을 찾아가 거칠게 항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아동의 이모가 실명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A씨의 신상을 공개한 사람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인터넷상에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올린 내용이 거짓일 경우 처벌 수위가 더 높다.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말을 전했다는 10여명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거짓을 지어낸 것인지가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죄’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불처벌원’이 접수되기 전까지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고, 기소와 처벌도 가능하다. 불처벌원의 경우 본인이 아니면 유족이 대신할 수도 없기 때문에 A씨 사건의 경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범죄 혐의 입증의 핵심 요건은 ‘비방의 목적’이다.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면 대부분 유죄가 선고된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는 ‘공익성’이 있으면 비방 목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포 맘카페’ 사건은 비방 목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 분명한데다, 공익성에 부합하는 행위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얼마나 악의적인지, 고의적인지 등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업무방해 혐의도 가능… 악성댓글은 모욕죄
어린이집에 대한 업무방해죄도 적용이 가능하다. 어린이집 명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소속 직원에 대한 비방 글을 올렸다는 점은 ‘해당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고의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해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공개된 신상에 덧붙여 일부 욕설이나 비방한 댓글에 대해서도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범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 및 기소가 가능한 ‘친고죄’이어서 A씨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배우자’나 ‘직계혈족’ 등이 대신 고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公人이면 명예훼손 처벌 쉽지 않아
신상털기로 피해를 본 사례는 A씨 뿐 아니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얼굴 사진과 나이, 사법고시 기수 등이 몽땅 털렸다. ‘적폐 판사’라는 비방과 욕설이 난무했다. 아들이 삼성 취업을 약속받았다는 거짓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지난해 6월 최순실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혐의와 관련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강부영 판사는 부부의 출신 학교와 고향, 성적표 등이 인터넷에 고스란히 공개됐다. 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황병헌 판사도 ‘과거 라면을 훔친 도둑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는 허위 사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정치인들이 황 판사의 허위 사실을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 퍼 나르기도 했다.

하지만 판사와 검사, 기자 등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신상이 공개돼도 명예훼손죄 등을 묻기가 쉽지 않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인의 공적인 일과 관련해 알려진 정보를 퍼나르는 것은 처벌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유포시키거나 허위 정보를 퍼나를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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