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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
2017년 12월 5일, 콩고의 한국 대사관저에 모인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EU의 대표들은 김용희 선거협의회 총장에게 “2018년 12월 23일로 예정된 대선은 이 나라 최초의 수평적 정권 이양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전자투개표기의 도입이 대선 전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미국 참사관)고 경고했다.
한국의 23배 되는 넓이에 1억 명이 살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은 독재와 부패로 얼룩졌다. 내전과 난민의 나라. 세계 최극빈에 90%가 넘는 문맹률, 집권세력이 일방적으로 대선을 두 번 연기시킨 철권통치 국가다.
이런 토양에서 “전자투개표기는 선거 결과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사기 기계(cheating machine)로 전락할 것”(벨기에 대사), “한국인이 사무총장인 선거협의회가 콩고 선관위 측에 국제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한국 업체를 선정하도록 알선한 것은 부적절하다. 콩고 선관위의 부정축재 수단 아니냐”(영국 대사)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김용희는 “콩고 선관위 측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업체를 소개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업체와의 계약 결정은 콩고 정부가 했다” “전자투개표는 기술적으로 선거 투명성과 정확성을 높일 것”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결국 김용희 총장과 권기창 대사는 “전자투개표기는 최악의 선택이며 한국의 위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미국)이라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들어야 했다. 2018년 들어 미국의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는 “종이 선거로 치러져야 콩고 국민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콩고에서 한국산 전자투표기 사용 계획을 지지할 수 없다”고 두 차례나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유혈 사태를 걱정하는 외신 보도도 줄을 이었다.
2018년 2월, 감독기관인 중앙선관위는 선거협의회를 감사해 김용희 총장을 배임, 입찰방해, 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했다. 검찰이 맡아 수사를 하고 있으나 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발표가 없다. 김용희 자신은 “조만간 본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이라며 무죄성을 주장하고 다닌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 출신인 김용희가 다른 곳도 아닌 친정으로부터 수사의뢰 조치를 받았으면 그것만으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용희의 수치심 모르는 행적은 선관위 사무차장 때 선거협의회 초대 총장을 겸임하기 시작(2013년)해 선관위 사무총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심지어 그곳을 떠난 뒤에도 선거협의회 총장직을 계속 유지하며 오늘에 이른 이력에서도 더듬어 볼 수 있겠다. 선거협의회 헌장(정관)도 잘 뜯어 보면 어느 순간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해 종신 총장의 길을 열었다. 선거협의회 지원법 제1조는 기관의 목적을 “국제사회의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함”으로 정했다. 김용희 총장의 행태와 선거협의회의 현실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거리가 멀다. 이런 조직이라면 매년 80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 문을 닫는 게 낫다. 김용희의 배후엔 어떤 세력이 있는 걸까.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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