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흐림 / 7.0 °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임신은 여자만 책임?…낙태죄 논란에 여성 피임시술 확산

이데일리 조해영
원문보기
생리대 파동·낙태죄 폐지 등 여성 몸 이슈 공론화 영향
전문가 “피임 관심은 환영…여성만의 책임으로 그치지 말아야”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경기도에 사는 이은정(21·가명)씨는 지난 7월 산부인과에서 임플라논 시술을 받았다. 임플라논은 성냥개비처럼 생긴 막대를 팔 안쪽에 넣어 호르몬을 조절하는 피임 시술이다. 이씨는 “콘돔을 사용할 땐 임신 걱정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는데 임플라논 시술을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피임 시술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녀계획을 마친 여성들이 불필요한 임신을 막기 위해 피임 시술을 선택했다면 최근 들어 결혼이나 자녀 계획이 없는 젊은 여성들이 피임 시술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한 생리대 유해성·낙태죄 논란 등도 여성 피임시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콘돔과 경구 피임약보다 피임시술 성공률 높아

지난해 8월 여성들이 쓰는 일회용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기존 생리대를 사용하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생리대를 사용한 후 생리 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사례가 잇따랐고 생리대 제조회사에 원성이 쏟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한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을 통해 제기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임산부가 약물이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가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낙태를 하면 의사를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이 각각 임산부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핵심 내용이다.

지난 2일에는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되는 등 여성들의 응급피임약 일반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취업준비생 정선희(24·가명)씨는 “최근 생리대나 낙태 문제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친구들과도 얘기를 자주 하게 됐다”며 “그런 와중에 친구가 미레나 시술(T자 모양의 피임기구를 자궁 안에 넣는 피임 시술)을 추천해줘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생리대나 산부인과 이용에 대한 논의를 공공연하게 하자는 사회 분위기 등으로 인해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피임 시술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임시술이 콘돔이나 경구 피임약보다 피임 성공률이 높다. 연구공동체인 건강과 대안 젠더팀에서 만든 ‘우리가 만드는 피임사전’에 따르면 콘돔와 경구 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각각 82~98%, 91~99% 수준인 데 비해 임플라논의 피임 성공률은 99% 이상이다.

피임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 걱정에서 자유로워졌을뿐더러 생리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피임시슬의 장점으로 꼽는다. 임플라논 시술의 경우 한번 삽입하면 3년 정도 피임 효과가 지속되며 시술 비용은 30만~40만원 선이다. 미레나 시술도 한번 삽입하면 5년 정도 피임 효과가 지속되며 시술 비용은 임플라논 시술과 비슷한 수준이다.



◇“피임을 여성만의 책임으로 남겨두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피임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서만 묻는 잘못된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설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은 “피임 시술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성관계에서 결정권이나 교섭권이 주로 남성에게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시술 비용이나 부작용을 모두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달 임플라논 시술을 받은 김모(20)씨는 “남자친구가 성관계 때 콘돔을 쓰기 싫다고 해 실랑이하며 콘돔을 써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이 잦았다”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영향을 받는 건 내 몸이니까 임신 걱정이 없게끔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술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관계·피임과 관련한 적극적인 교육이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정원 과장은 “외국에선 나이나 출산 경험 유무에 상관없이 미레나나 임플라논 시술과 같은 장기적인 피임법을 권고한다”며 “한국에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관련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피임 시술 등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설희 집행위원은 “여성 개인의 선택으로만 맡겨두지 말고 여성의 기본적인 권리를 사회가 보장하도록 낙태죄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신민아 김우빈 기부
    신민아 김우빈 기부
  2. 2송성문 샌디에이고행
    송성문 샌디에이고행
  3. 3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엡스타인 클린턴 연루
  4. 4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김상식 감독 베트남 3관왕
  5. 5푸틴 우크라 종전
    푸틴 우크라 종전

이데일리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