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픈 듯 일어나 쉬기를 반복했다. 흘끗 눈길을 주고 바삐 지나는 시민 사이로 세 남성은 바닥청소를 멈추지 않았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었지만 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한두 방울 맺혀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앞 인도. 미화전문 관리업체 소속 세 사람은 인도에 앉아 칼날이 달린 도구를 이용해 바닥에 붙어 굳어버린 껌을 긁어냈다.
‘반장’이라고 다른 직원들이 설명한 50대 남성 A씨는 지시가 내려와 건물 근처를 돌며 껌 제거 작업을 펼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앞 인도. 미화전문 관리업체 소속 세 사람은 인도에 앉아 칼날이 달린 도구를 이용해 바닥에 붙어 굳어버린 껌을 긁어냈다.
‘반장’이라고 다른 직원들이 설명한 50대 남성 A씨는 지시가 내려와 건물 근처를 돌며 껌 제거 작업을 펼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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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전문 관리업체 소속 A씨는 길을 걷다 껌 뱉는 이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슬쩍 웃을 뿐이었다. |
제거 작업을 시작하면, 3명씩 조를 편성해 건물 주위 인도에 붙은 껌을 떼어내느라 며칠씩 걸린다고 그는 덧붙였다.
A씨는 여름, 겨울에는 껌 떼는 작업을 할 수 없다면서 “우리가 관리하는 건물은 1년에 한두 번 며칠씩 기간을 잡고 껌을 제거하지만, 관리하지 않는 빌딩은 아마 그대로 놔둘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껌을 긁고 먼지 등을 쓸어낸 뒤 윤기 코팅 순서로 껌 제거 작업이 진행된다. 기름 같은 이물질도 바닥에 묻어 얼룩이 생긴다면서, 그에 따른 작업은 따로 진행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A씨는 길을 걷다 껌 뱉는 이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슬쩍 웃을 뿐이었다.
같은날 세계일보가 종로구 일대 인도를 돌아다니며 관찰한 결과, 바닥에 검게 굳어버린 껌 자국 수십 개를 발견했다.
거리에 껌을 뱉은 사람이 이렇게 많으냐고 의심이 들 만큼 검은 자국이 가득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껌 제거 작업 현장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서울시 자치구별로 껌을 뱉다 걸리는 행위에 대해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비웃기라도 하듯 인도에는 언제 뱉었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껌 자국이 널려 있었다.
실질적인 단속도 어려운 탓에 당국도 시민들 양심에 맡겨놓는 상황이다.
서울의 B구청 관계자는 “껌 뱉는 행위 단속을 과거 했을 때 ‘뭘 이런거 까지 단속하느냐’는 반발이 일었던 적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B구청은 최근 대대적으로 거리를 돌며 껌 제거 작업을 펼쳤다.
C구청 관계자도 “일일이 현장에서 단속하기는 어렵다”며 “담배꽁초 무단투기는 적발한 적 있지만, 껌 뱉는 시민까지 잡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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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의 말에 따르면 바닥의 검은 자국은 대부분 씹다 버린 껌이다. 언제 생겼는지 추측조차 할 수 없다. |
누군가 뱉은 껌은 무심코 지나가다 밟는 불쾌한 경험까지 일으킨다.
한 네티즌은 “산책 나갔다가 바닥에 버려진 껌이 강아지 발에 달라붙었다”며 “떼는 데 애를 먹었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벤 윌슨이라는 영국의 예술작가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껌 그림’ 예술과 비슷한 방식의 캠페인을 국내 여러 지자체가 벌여왔지만, ‘껌을 뱉지 말자’는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껌 그림’은 사람들이 길에 뱉어 지저분해진 껌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환경캠페인의 하나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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