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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미투 손배소’ 첫 재판...“성추행은 허위” vs “현장에서 목격”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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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85)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박진성 시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에서 성추행이 실제 있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성추행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라”는 고 시인 측 주장에 대해 최 시인 측은 “본인이 현장에서 들은 명백하고도 객관적 사실”이라며 맞섰다.




고 시인 측은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손배소 1회 변론기일에서 최 시인과 박 시인이 밝힌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지난 7월 성추행 의혹 폭로와 관련 보도는 허위라며 최 시인과 박 시인을 상대로 각각 1000만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을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여성계 등 시민단체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고 시인의 대리인단은 이날 변론에서 최 시인이 1992~1994년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 술집에서 목격했다는 고 시인의 성추행 행위는 실제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은 계간 문화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은 시 ‘괴물’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며 관련 내용을 썼다.

최 시인 측은 “최 시인이 남에게 들은게 아니고 본인이 현장에서 들은 내용”이라며 “이것은 명백하고 객관적인 진실”이라며 고 시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최 시인의 대리인인 조현욱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는 “지금 고 시인 측이 주장하는 근거는 당시 술집에서 일한 주인이라는 ㄱ씨의 페이스북 글 단 하나”라며 “이것만 갖고 성추행 사실이 없었다고 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ㄱ씨가 증인으로 나오면 저희 자료로 반박하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시인 측은 또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올해 초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폭로해왔다는 점 등을 들어 주장의 신빙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고 시인 측은 2008년 4월 모 대학 인문학 강좌 뒷풀이 현장에서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는 박 시인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시인의 대리인은 “박 시인이 직접 목격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이 목격한 것과 유사한 내용을 증언하는 최 시인의 폭로를 보고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투 폭로 1년 전쯤부터 트위터 등을 통해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다”며 “박 시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크고 공익성이 있으며, 위법성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물증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결국 진술을 갖고 사실인지를 우선 소명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객관적인 제3자를 불러 신문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고 측 증인과 피고 측 증인을 법정에 동시에 불러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재판부는 다음달까지 증인신문 등 입증계획을 세워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원·피고 측에 요청했다.

최 시인은 재판 당사자들 중 유일하게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왔다. 최 시인은 재판이 끝난 뒤 “싸움이 시작됐다, 전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제가 직접 경험하고 목격한 것을 굳이 입증할 필요성을 못느겼다”면서도 “진실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오는 10월12일 오후 2시40분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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