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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의 내 인생의 책] ⑤성의 변증법 -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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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너머의 고통
지금까지 소개한 ‘인생의 책’ 네 권은 남성 저자의 책이다. 남자는 ‘인생’이라고 쓰고 실은 ‘남자의 인생’만을 생각하지만 자신이 ‘보편적’이라 착각하고, 여자는 ‘여자의 인생’을 자각적으로 말해도 ‘편향적’이라고 평해진다. 나는 마지막 한 권을 위한 자체 심사에서 의식적으로 여성 저자를 떠올렸다. ‘기계적 균형’은 대개 나쁜 것으로 여겨지지만, ‘기이한 불균형’ 상태에서는 최소한의 자기 경계(警戒)일 수 있다. 물론 이런 서론은 나를 위한 것일 뿐 이 책에는 결례다. <성의 변증법>(1970)은 고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안 것은 20년 전이지만 읽은 것은 작년이니 아예 몰랐던 것보다도 더 부끄러운 일이다. ‘성이라는 계급’과 ‘성적 지배’의 작동 구조를 힘 있게 분석한다. 반세기 전 책이니 ‘대안’이야 가려듣더라도 ‘진단’의 설득력은 거부하기 어렵다. 학술에 미달하지 않으면서 학술을 뚫고 나가는 통찰력, 핵심으로 직진하는 표현들은 매혹적일 정도다. 선행 작업 중 이에 비견될 만한 것은 <제2의 성> 정도라고 느꼈다. 근래의 격변 속에서 남성적 당파성에 이끌릴 때마다 조언자들에게 귀 기울였고, 이 책을 펼쳤다.

책만 읽는다고 될 일은 아니지만 일단 책이라도 읽어야 하리라. 더 잘 읽어야 할 것은 논리 너머의 고통이다. 과격한 목소리들의 배후에는 대개 과격한 고통이 있다. 그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면 설사 그 표현에 어떤 허물이 있어도 연대의 마음이 앞서겠지만, 고통의 공감에 실패하면, 스스로 정의롭고 합리적이라 믿는 사람일수록, 저 ‘지나친 과격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경험의 성별을 뛰어넘기는 어렵다. 그런 내 한계에 쓸쓸해해야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이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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