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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는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2009년 ‘가장 아름다운 독일책’에 뽑혔고, 이듬해 세계적인 디자인상인 레드닷디자인어워드를 받았습니다. 책의 오른쪽 페이지에는 청회색 바탕의 바다 위에 흰색, 회색, 오렌지색으로 나타낸 섬의 평면이 그려져 있는데,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미지의 섬들을 직접 손으로 그려낸 저자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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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디자인 못지않게 책에 실린 글도 주목할 만합니다. 저자는 질병, 강간, 영아 살해, 식인주의, 핵실험, 환경 파괴 등 섬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이야기들을 유려한 산문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자유기고가 제나 슈누어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여행섹션에 쓴 글에서 “나는 책의 오류들에 눈이 멀었다기보다는, 책이 가진 매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샬란스키가 각 섬의 지도와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와 역사에 비로소 주목하면서 내 실수를 깨달았다”고 적었습니다.
현재 베를린에 사는 저자는 소설가로도 활동하는 젊은 출판인입니다. 국내에도 번역된 <기린은 왜 목이 길까?>(갈무리)로 2012년 다시 한번 ‘가장 아름다운 독일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4월 괴테 인스티튜트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책을 페티시즘의 일종으로 여겨서 유리 뒤에 가두어버리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책은 지저분해질수록, 우리가 우리의 흔적을 남길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지도책(atlas)의 본래 이름은 ‘테아트룸 오르비스 테라룸’으로, ‘세계의 극장’이라는 뜻을 지녔다고 합니다. 동독에서 자라난 저자가 지도와 책으로 세계를 여행하게 된 이야기를 곱씹고 있노라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약은 때로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하니까요.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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