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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뉴시스】이성기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에 있는 60년 된 역전이용원에서 주인장 김형만(60) 씨가 30년 된 고무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2018.07.29 sklee@newsis.com |
【영동=뉴시스】이성기 기자 = 인구 5만 남짓의 농촌인 충북 영동에 약 60년 된 이발소가 있다.
2004년 5월 개봉했던 배우 송강호 주연의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찍었을 법한 그야말로 시골 작은 이발소 ‘역전이용원’이다.
시멘트로 만들고 타일을 덧붙인 개수대(머리 감기는 곳), 머리를 감길 때 쓰는 물뿌리개(조리개), 이발소 의자는 물론 낡아 삐걱거리는 선풍기마저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있던 동네의 ‘효자이발관’과 별반 다르지 않다.
효자이발관이 각하의 머리를 깎게 된 소심한 이발사의 가슴 뻐근한 이야기를 담아 감동을 줬다면, 영동 역전이용원에는 가게 안에 무려 31년 된 고무나무(?)가 있어 눈길을 끈다.
31년 전 이발소를 현재의 자리로 옮겨올 때 옆집 총포사에서 개업 선물로 준 고무나무가 화분을 박차고 나와 개수대 옆에 뿌리를 내린 뒤 터줏대감 행세를 하고 있다.
외삼촌으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아 운영 중인 주인장 김형만(60) 씨가 해마다 더는 자라지 못하도록 가지를 잘라 내고 있지만, 나무의 키만 무려 15m에 이를 정도다.
김 씨가 좁고 낮은 이발소 상황에 맞춰 마치 열두 굽이 고갯길 형태로 나뭇가지를 다듬었지만, 이발소 입구 유리벽면을 통째로 가릴 정도다.
김 씨는 “처음에는 화분을 뚫고 나와 개수대 옆에 뿌리를 내리는 게 신기해 뒀더니 이제는 가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라며 “한 때 잘라버릴 생각도 했지만, 이발소의 마스코트로 계속 잘 돌보기로 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발소를 찾는 손님들이 가게 안 고무나무를 보면 무척 신기해 한다”라며 “벌써 여러사람이 잘라 낸 가지를 가져다 심어 큰 나무로 성장시키기까지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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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뉴시스】이성기 기자 = 28일 오후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에 있는 60년 된 '역전이용원'의 30년 된 고무나무의 모습이 이채롭다.2018.07.29 sklee@newsis.com |
그는 “어느 지인은 잘라 간 가지를 비닐하우스에 심어 지름이 10㎝ 넘도록 키웠었다”라며 “하지만, 수년 전 겨울 한파 때 이 나무가 얼어 죽어 정말 아쉽다”라고 했다.
김 씨는 현재 혼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 몇 안 되는 손님이 찾을 뿐이지만, 외삼촌한테 기술을 배우며 보조이발사로 일하다가 물려받은 터여서 손을 놓을 생각이 없다.
이용 기술을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젊은 후배가 없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문을 닫아야 할 테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단 한 명의 단골손님을 위해서라도 이발 가위를 들겠다는 각오다.
김 씨는 “이 이발소는 외삼촌과의 추억과 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소중한 곳”이라며 “이발소의 전통을 70년, 80년까지 이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sk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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