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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때 으쓱' 때문에… 수입차 쑥쑥

조선비즈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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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전국 아우디 매장에 전화가 빗발쳤다. 2018년형 A3 가솔린 차량 3000여 대를 40% 할인 판매할 것이란 뉴스가 나오자, "사실이냐"는 문의가 쇄도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판매가 3950만원인 A3 40 TFSI를 아반떼 수준인 2370만원에 살 수 있다. 덕분에 아우디는 인터넷 포털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저공해 차량 의무 판매량을 맞추려면 올해 안에 배출 가스가 적은 A3를 3000대 팔아야 한다"며 "숫자는 안 정해졌지만 큰 폭의 할인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인 할인 영업과 외제차를 선망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010년 5.8%에서 2013년 10%를 돌파했고, 지난해 13%, 올 상반기엔 15%를 넘어섰다. 판매 금액 기준 점유율은 23%에 달한다.

개소세 인하로 수입차 덕 봐



올해는 수입차 개방 30년이 되는 해다. 1988년 4월 정부가 전 차종에 대한 배기량 규제를 풀고 수입차 시장을 전면 개방했을 때, 수입차 업체는 한성자동차(벤츠)·효성물산(아우디폴크스바겐)·한진(볼보)·코오롱상사(BMW)에 불과했다. 판매량은 1996년 사상 최초로 1만대를 돌파했으나 외환 위기를 겪으며 뒷걸음질 쳤다. 수입차 판매는 2000년대부터 다시 꾸준히 늘어 2007년 5만대, 2011년 10만대를 돌파했다. 이어 6년 만인 지난해 23만대까지 올랐고, 올 상반기에만 14만대가 팔렸다. 이는 내수 시장 규모가 우리의 3배인 일본에서 판매된 수입차(15만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승용차로만 치면 점유율이 18%에 달한다"며 "'연간 30만대, 점유율 20%'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입차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 2위는 BMW다. 고가의 독일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벤츠는 2009년 이래 수입차 시장에서 BMW에 이은 2위에 주로 머물러 있다가(2013년은 폴크스바겐에 이은 3위) 2016년부터 역전했다. 1위 탈환을 노리는 BMW는 현재 10% 수준의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고, 할인 정책에 인색하던 벤츠도 3~5%대 할인으로 대응 중이다. 디젤 게이트로 주요 차종 인증이 취소되면서 지난 2년간 판매를 거의 못했던 아우디는 올 초 파격 할인으로 부활을 꾀하고 있다. 주력 모델인 A6를 1200만원 할인으로 최대 4000만원 후반대까지 가격을 낮춘 것이다. 한국 시장을 확대하려는 재규어도 주요 차종 금액을 1000만원 정도 깎아주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연말까지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원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국산차보다 비싼 수입차 가격이 내려가는 데 더 관심을 갖는다"며 "그동안 개소세를 인하하면 수입차들이 더 많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하차감' 압도적… 애프터서비스·차량 유지비는 여전히 부담

직장인 최영근(32)씨는 최근 벤츠 S클래스를 구입했다. 최씨는 "대형 세단을 사고 싶었는데, 국산차는 조금 나이 들어 보이는 사장님 차밖에 선택지가 없었다"며 "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성능이 뛰어나고 디자인까지 세련된 차를 타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4)씨는 국산차를 타다 최근 렉서스 ES300h로 바꿨다. 이씨는 "국산 고급차 브랜드보다 연비가 훨씬 좋고 잔고장도 없는 등 차 품질이 크게 만족스럽고, 내릴 때의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수입차 선호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 해마다 50~60종의 신차가 쏟아져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또 차를 '사치재'로 보는 한국인 성향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외제차를 타는 사람들은 '승차감'보다도 내릴 때 기분인 '하차감'을 중요시한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수입차는 정비가 불편하고 차량 유지비가 비싸다는 등의 소비자 불만이 지속 제기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1987~2017년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는 174만대로, 전국 수입차 정비센터는 547개다. 정비센터 한 곳이 3100대 이상의 차를 정비하는 꼴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3년 원금 유예와 고금리 할부 정책으로 고객을 끌어들여 '카푸어'를 양산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며 "국산차 성능이 크게 못하지 않은데 브랜드 이미지에 밀리고 있는 점은 국산차 업체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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