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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에 들어서면 오래전 이순신 장군이 북방에서 전라좌수영으로 발령받아 처음으로 부임한 발포진 표지판이 보인다. 노량대첩이 벌어졌던 바다도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전투를 위해 외나로도 근처를 지나 노량진으로 향하던 조선 수군을 떠올린다. “죽으려 하면 필히 살고, 살고자 하면 필히 죽는다”라고 외치던 장군의 결기와 고뇌가 무겁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성웅(聖雄) 이순신’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을 만나서였다. 장군은 왜군의 손에 차남을 잃었다. 그 부대의 왜군 수장이 잡히자 장군이 직접 처형을 하게 된다. 그의 칼에 새긴 글이 단호하다.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때로는 외롭고 죽음이 두려웠다. “나는 견딜 수 없는 세상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항공우주 분야 연구개발도 전투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고지가 저기 보이는데 쉽게 닿지 않는다. 물러설 곳도 없다. 외로운 길이다. 작가가 쓴 개정판 서문 글귀가 다시 마음을 울렸다. “다 버리고 출발선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420년 전의 임진년 바다로 발진하던 이순신 함대처럼, 집중된 화력으로, 세상의 정면을 향하여.”
김훈 작가는 책의 첫머리 ‘일러두기’에서 “이 글은 오직 소설로만 읽혀지기 바란다”고 했다. 작가의 소망이자 독자들을 향한 주문이다. 하지만 나는 소설이 아니라 인생의 지침서이자 수양서로 이 책을 읽었다. ‘집중된 화력으로, 세상의 정면을 향하기’ 위하여.
<임철호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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