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대면 ‘끝’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이 음료를 주문한 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를 하고 있다. 이곳은 16일부터 현금 없는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사이렌오더(스타벅스 전용 애플리케이션)로 주문하신 ○○○ 고객님 음료 나왔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점원이 스마트폰으로 음료를 주문한 고객의 이름을 불렀다. 자리에서 이미 주문과 결제를 마친 남성은 지갑을 꺼내는 대신 주문한 커피를 들고 매장을 나섰다. 메뉴 선택을 마친 고객 대부분은 음료값에 맞춰 지폐와 동전을 세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기자가 매장에 머문 2시간 동안 현금으로 결제를 한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주문을 마친 손님들 손에는 잔돈 대신 영수증이 들려 있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이 매장의 일평균 현금 결제 비중은 전체의 3%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결제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지갑 속 현금이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최근 전체 매장 1180곳 중 103곳을 ‘현금 없는 매장’으로 지정했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현금 없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현금 없는 매장은 대부분 현금 사용 비율이 3∼4%에 그치는 곳으로 현금 사용 고객에게 다른 결제 수단을 권하고 있다. 다만 손님이 원할 경우 현금결제도 가능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스타벅스 매장 전체로 따져도 현금 사용 비율은 7% 수준”이라면서 “현금 없는 매장 도입 후 정산시간이 크게 줄어 매장 관리와 고객 응대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도 현금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25 편의점의 현금 결제 비중은 2015년 53.9%에서 지난해 41.4%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상반기(1∼6월) 35.7%까지 뚝 떨어졌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매년 현금 사용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압도적이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전자결제 수단을 통해 돈을 내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매장에 무인 결제기(키오스크)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최근 키오스크 시스템을 도입한 후 카드 결제 비중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 불을 붙인 건 다양한 결제 수단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다수다. 신용카드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지폐와 동전을 사용하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 특히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20, 30대가 변화를 이끌었다. 올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 30대의 현금 선호 비율은 각각 8.3%, 5.1%에 그쳤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은 현금 선호율이 각각 51.6%, 76.9%로 여전히 높았다.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선 이미 현금 없는 사회가 막을 올렸다. 스웨덴 국민의 절반 이상은 2012년 민간 은행들이 공동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 ‘스위시’를 사용한다. BBC 보도에 따르면 소매점에서 현금 거래를 하는 비율은 2010년 40%에서 올해 15%로 감소했다. 현금을 받지 않는 소매점도 다수다. 중국에선 음식점에서 QR코드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 없는 사회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현금이 가진 상징성이나 즉시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현금 사용 비율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