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의 외식 문화가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 높아진 소득 수준과 웰빙 열풍, 여기에 1인 가구 증가까지 더해진 탓이다. 과거 외식의 대명사는 단연 짜장면이었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데다 싫어하는 사람도 잘 없다. 가족모임 때 단골 메뉴로 선정되는 이유다. 이후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 프랜차이즈가 왕좌를 물려받았다. 소득 증가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이 각광을 받았지만 이미 전성기가 지난 모습이다. 한국의 외식 문화가 어떻게,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를 한번 살펴본다.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지난 1일 오전 9시,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八仙)이 전화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오는 10월 한 달간 주말 점심 예약이 마감됐다.
팔선은 매월 1일에 3개월 후 한 달간의 돌잔치를 겸한 식사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매번 예약을 시작하면 2~3시간 만에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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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 News1 |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지난 1일 오전 9시,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八仙)이 전화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오는 10월 한 달간 주말 점심 예약이 마감됐다.
팔선은 매월 1일에 3개월 후 한 달간의 돌잔치를 겸한 식사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매번 예약을 시작하면 2~3시간 만에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난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전화연결이 안 돼 번호를 남기는데 그것만 매번 100건이 넘을 정도"라며 "가족과 손님들에게 성의 있는 식사를 대접하려는 소비자들이 호텔 식당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문화 소비 패턴의 양극화로 호텔 레스토랑이 손님들로 넘쳐나고 있다.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은 점심 코스요리가 1인당 10만~20만원 선, 저녁은 20만~30만원 선으로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최소 4~5배 이상 비싸지만 맛과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고급 호텔 식음료 매출, 소비 침체에도 2년 사이 38% 폭발적 증가
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의 식음료사업 매출은 2015년 1315억원에서 지난해 1825억원으로 2년 사이 무려 38.8% 증가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6성급' 호텔 시그니엘의 경우 올해 월평균 레스토랑 매출이 전년대비 10% 이상 늘었다.
롯데호텔서울은 작년 7월부터 이달까지 신관 전 객실과 식음사업장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식음료 사업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만간 좋은 식재료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메뉴를 개발을 전담하는 전문 연구조직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롯데호텔서울의 뷔페식당 라세느의 경우 올해 초부터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프랑스 등 해외 국적의 외국인 셰프를 적극 채용, 해당 문화권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인 셰프는 딤섬, 인도인 셰프는 커리와 난, 프랑스 셰프는 디저트에 주력하는 식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이나 여행경험이 많은 내국인들도 만족해 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믹솔로지스트(칵테일 개발자), 소믈리에(와인전문가) 등을 양성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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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서울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News1 |
◇"패밀리 레스토랑에 만족 못해", 20~30대 호텔 뷔페 비중 1년 새 10%에서 30%로 ↑
호텔 레스토랑의 호황은 20~30대 젊은 고객층이 이끌고 있다. 중저가 패밀리 레스토랑의 주 고객층이던 20~30대 사이에서 즐길 때는 돈을 아끼지 말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호텔로 눈을 돌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플라자 호텔의 뷔페식당 '세븐스퀘어'는 올 4월 리뉴얼 오픈한 이후 이전보다 월매출이 40%가량 늘었다.
세븐스퀘어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은 작년까지는 40대 이상이 90%, 40대 미만 20~30대가 10% 정도였다면 올해는 20~30대 비중이 30%까지 커졌다.
더플라자호텔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와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워라밸'을 강조하면서 저녁시간 여유를 즐기는 젊은 층 고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이전에는 단체 손님이 많았다면 지금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2~3명 단위의 소규모 모임을 위해 뷔페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작년 9월부터 와인&다인 콘셉트로 리뉴얼 오픈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나인스게이트도 지속적으로 젊은 고객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리뉴얼 이전에는 20~30대가 10명 중 1명이었다면 리뉴얼 이후에는 3명으로 늘었다"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을 추구하는 추세에 따라 젊은 고객들의 경우 메뉴와 함께 와인을 주문하는 등 제대로 된 한 끼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도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미쉐린 3스타 식당으로 선정되면서 젊은 층 고객이 부쩍 늘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이전에는 비즈니스 중심이었다면 미쉐린 3스타 선정 이후에는 생일, 결혼 등을 기념해 찾는 젊은 층 손님들도 많이 늘었다"며 "라연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식음장의 주말 예약이 꽉 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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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한식당 라연 '신선로'© News1 |
◇디저트·베이커리 경쟁도 치열, "간판 레스토랑으로 젊은 고객 층에 어필"
호텔의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디저트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호텔들이 딸기, 망고, 멜론 등 계절 과일을 이용한 새로운 아이템들을 매년 선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딸기 뷔페는 2~3주 전이면 예약이 마감된다.
롯데호텔의 경우 빙수 판매량은 최근 3년간 매년 20% 증가세에 있다. 롯데호텔서울은 빙수와 메인요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올인원 빙수 플래터' 메뉴도 출시했다.
새로 신축되는 호텔들의 경우 베이커리나 유명 레스토랑을 유치해 전면에 내세워 젊은 층 사이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하는 게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월 홍대인근에 문을 연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타르틴 베이커리와 미쉐린 스타 셰프 데이빗 톰슨이 선보이는 태국음식 식당 롱침을 오픈해 젊은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의 식음 매장은 수익성을 추구한다기보다는 고객 서비스와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식에 대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호텔 레스토랑으로 자연스레 고객들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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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서울 '올인원 빙수 플래터'©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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