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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의 예상 깨고…LG는 왜 40살 구광모를 회장에 선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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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3년 이미 지주사 체제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상황

구본무 전 회장 ‘정도경영’처럼

자신만의 철학 구축이 첫 과제

“인간존중 자산 발전시키겠다”

1~2년은 목소리 낮출 가능성




고 구본무 회장 아들 구광모(40)씨가 두 차례의 ‘예상 밖’ 결정을 거쳐 엘지그룹 지주회사인 ㈜엘지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구 회장은 당분간 외부에 나서지 않고 회장 선임과 함께 과제로 주어진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구 신임 회장의 ‘진짜 과제’는 본인의 경영철학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엘지전자 상무였던 구광모씨는 아버지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0일 만에 속전속결로 그룹 지주회사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엘지 이사회는 두 차례에 걸쳐 예상 밖 결정을 했다. 먼저 지난 5월 말 구본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한 상태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다. 이사회는 구광모씨를 지주사 등기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예상됐던 일이다. 파격은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 나왔다. 당시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와병 중인 형과 조카를 대신해 당분간 그룹 경영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엘지의 속내는 달랐다. 구 부회장이 조카를 위해 바로 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엘지 임원은 “시간을 끌수록 경영권 승계에 뒷말이 나오고 복잡해진다. 우리는 처음부터 구광모 체제로 확실하게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예상 밖 결정은 지난달 말 열린 이사회에서다. 당시 재계에서는 구광모 상무가 지주사 사장이나 부회장 정도의 직위를 달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엘지호’ 전체를 이끌기에는 이르다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엘지 이사회는 그를 곧바로 회장으로 선임했다. 엘지가 경영권 승계에 있어 연이어 과감한 결단을 준비했지만, 재계와 언론이 이를 쫓아가지 못했다.

엘지가 예상과 달리 구광모 회장 승계를 빠르고 확실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주사를 기반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돼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엘지는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현재 전자·통신·화학·생활건강 등 각 사업군에서 6명의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든, 조카 구광모 회장이든, 누가 와도 기본적인 경영 체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구 회장의 진짜 과제는 따로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구 회장의 당면 과제로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등을 회생시키는 것을 꼽는데, 이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엘지가 지주사 체제에 들어간 게 15년이다. 경영은 사실상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져 있다. 구 회장의 진짜 과제는 구본무 회장의 ‘정도경영’과 같은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1995년 2월 취임 직후 ‘정도경영’을 경영 기조로 내걸었다.

지난달 29일 나온 구 회장의 첫 발언에도 이런 고민의 흔적이 있다. 구 대표는 이날 이사회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엘지가 쌓아온 고객가치 창조, 인간존중, 정도경영이라는 자산을 계승·발전시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엘지의 경영철학인 정도경영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을 내놓은 것이다.


구 회장은 당분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떨어져 경영수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엘지는 지난달 29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구광모 회장은 지주회사 경영현안들을 챙겨나가면서, 상당 기간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당 기간’의 뜻이 모호하지만 적어도 1~2년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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