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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인형 고양이와 생물 고양이 ‘사랑의 판타지’…그 속에 숨어있는 슬픔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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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
히구치 유코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 120쪽 | 1만3000원
헝겊으로 만든 고양이 인형 양코는 숲에서 갈색 뭉치를 발견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뭉치는 세 마리의 고양이였다. 그중 두 마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고, 한 마리만 조금 움직였다. 양코는 눈물을 훔치며 겨우 목숨이 붙어있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변의 동물들이 양코를 돕는다. 심술 고양이는 우유를 준비하고, 누나 고양이는 언제든 도움을 주겠다며 따뜻한 말을 건넨다.

동물병원의 복슬복슬한 귀가 늘어진 개 수의사는 눈을 잘 뜨지 못하는 아기 고양이를 위해 안연고를 처방한다. 책방 주인 고양이는 양코와 아기 고양이가 쉬어갈 공간을 제공한다. 아기 고양이는 양코의 정성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조금씩 자라난다.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고양이가 되길 꿈꾸던 양코는 어느덧 살아있는 고양이의 아빠가 된다. 하지만 양코와 아기 고양이에겐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는 2016년 국내 출간된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에 이은 ‘헝겊 고양이 양코’의 두번째 이야기다. 전편에선 진짜 고양이가 되고 싶은 인형 고양이 양코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나왔다. 이번에 양코는 우연히 만난 어린 생명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랑을 쏟는다. 인형과 생물이라는 엄연한 경계는 이 사랑스러운 판타지 속에서 사라진 듯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는 정교하면서도 예쁜 그림 이면에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원제 ‘쓸모없는 고양이’가 책의 주제를 더 잘 보여준다. 아기 고양이는 인간이 팔지 못해 죽게 내버려둔 고양이 무덤에서 구조됐음이 밝혀진다. 아기 고양이는 ‘출생의 비밀’을 안 뒤, 자신이 쓰레기처럼 버려졌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고양이 인형과 고양이라는 정체성의 차이 역시 결국은 이 유사 고양이 부녀를 갈라놓는다.

양코는 주인인 인간 꼬마가 잠들었을 때만 아기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처지고, 아기 고양이는 좀 더 안정적인 가족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슬픔과 기쁨이 잔잔한 줄거리로 펼쳐진다. 울고 놀라고 기뻐하는 고양이의 표정이나 원색의 고양이 의상들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가족의 구성과 해체, 재구성에 따른 혼란과 성장 과정을 차분하게 전한다. 일본에선 세번째 시리즈가 잡지에 연재 중이라고 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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