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은 어떤 식으로 할까, 뭐 새로운 것이 없을까’ 하고 연구하는 남편은 아내가 지루할 새 없이 재미있게 잠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할 때마다 기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늘 패턴이 똑같은 부부들은 했던 거 또 하고, 또 한다.
야심한 밤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별 희한한 짓들을 하고 있어 잠이 홀딱 달아나고 눈이 커질 때가 있다. 집 안인데도 보는 사람이 없나 두리번거리다 두근거리면서 보는데 지저분한 것들이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본다. 기가 막힌 것은 침대에 밧줄로 칭칭 감겨 있으면서 제발 때려달라고 소리치는 여자 곁에 가죽잠바 입은 남자가 채찍을 들고 설치는가 하면, 수갑을 차고 있기도 하고 개목걸이를 매고 엎드려 기어 다니는 여자에게 눈까지 가리고 뜨거운 촛농을 떨어뜨리는 미친 짓을 하는 남자도 있다. 여자의 신음 소리가 섹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손을 뒤로 묶고 손수건으로 입에 재갈을 물려 말을 못 하게 한다. 여자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면서 간절히 호소하는 눈빛을 보내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집게로 유두나 성기를 꼬집음으로써 고통과 함께 쾌감을 느끼려는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학대를 가하고 당하는 과정을 통해 성적 욕망을 얻으려고 하는 것을 가학피학변태성욕(sadomasochism)이라고 한다. 사디즘(sadism)은 가학의 쾌락을 즐기다가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소설가 마르키 드 사드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독일의 정신병학자 리하르트폰 크라프트 에밍이 그의 저서 ‘성의 정신 병리학’에서 정의한 성심리학 용어다. 정상적인 성행위로는 만족할 수가 없어 상대에게 폭력을 써서 비명을 지르고 몸부림치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게 사디즘이다. 수동적인 애욕 심리의 원천인 마조히즘(masochism)은 고통이 쾌감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가해진 다음에 긴장완화 같은 것이 쾌감을 주기 때문에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심리구조와 관계가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누구나 사디즘과 마조히즘 성향을 갖고 있다. 즉 공격적인 남성은 사디즘, 피동적일 수밖에 없는 여성은 마조히즘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실제로 여성들은 남성의 공격적 행동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프로이트에 따르면 여성은 공격받는다는 것, 괴로운 것, 무서운 것 등을 오히려 즐긴다고 했다. 남자들 중에는 성관계 도중 흥분해서 아내의 목덜미나 가슴에 이빨자국을 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성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부부간 성 학대 발생률은 10.5%다. 성 학대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기형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별의별 방법으로 하다 보면 성적 쾌감이 고조되리라는 기대감이나 호기심에서 시작하기도 하지만 이를 반복하다 보면 좀 더 자극적인 방법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특이한 방법이나 특별한 기술, 또는 색다른 분위기가 있어야만 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부부간 성생활에 있어 환상적인 밤을 만들 욕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곤 하는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한 것이다. 도가 지나치면 혐오스럽거나 거부감을 느껴 성욕조차 못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서로 의논하고 합의된 상태에서 살짝살짝 바꿔본다면 황홀한 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색다른 경험이라고 이상야릇한 짓들을 하면서 심신을 피폐하게 한다면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2호(12.11.14~11.20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