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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 애교 보여줘"…성차별 조장하는 유치원교사 교육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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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 강조하는 이미지, 교사 역할에 대한 편견 기인"



유명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 News1

유명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 News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등 유아교육 관련 종사자 사이에서 널리 이용되는 교사용 자료에 "필살 애교를 보여달라", "예뻐지는 습관을 실천하라"는 등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에게 '꾸밈노동'과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관행은 유아교육 현장에서의 성차별적 교육만큼이나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해당 자료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지표 평가인증을 위한 교사 교육 자료로, 유아교육 자료 및 잡지를 발행하는 A사에서 제작해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교사OT', '상호작용', '학부모상담', '인성교육', '안전교육'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교사OT'에 수록된 '이미지 메이킹'과 '팀워크' 등의 항목에서는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의 색을 고르는 퍼스널 컬러 진단법을 비롯해,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는 코디 방법 등을 소개하는 내용을 여러 쪽에 걸쳐 다루고 있다.

'이제 나도 걸그룹'이라는 소제목을 단 항목의 경우 Δ입술 주름을 유발하는 빨대는 사용 금지 Δ장시간 휴대폰 사용은 발열현상으로 피부 트러블이 유발되니 금물 Δ지압을 통한 탈모 예방 Δ비강호흡을 통핸 V라인 얼굴형 만들기 등의 상세한 지침을 소개했다. 곱슬거리는 긴 머리형에 치마를 입은 여성 교사의 삽화와 "매일매일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예뻐지는 습관을 실천해 보자"는 부연도 실렸다.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수행을 소개하는 항목에는 Δ눈웃음은 가장 쉬운 애교 Δ문장 끝에 '이응(ㅇ)' 받침을 붙일 것 Δ과한 리액션과 칭찬을 할 것 등의 팁과 함께 "나만의 필살기 애교를 남자친구에게만 보여주지 말고 옆반 선생님에게도 보여주세요", "애교 섞인 말로 분위기를 '업' 시켜보세요"라는 설명 등이 담겼다.

유명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 News1

유명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 News1


4년차 유치원 교사 B씨는 업무용 컴퓨터에서 교사 연수 자료를 찾던 도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발견하고는 "A사와 같이 유명한 곳에서 이런 자료를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고정된 성 역할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어 왔는데, 교사용 연수 자료에서 나타나듯 처음 시작하는 교사들부터 이러한 고정적인 '여성성'을 요구받는 것은 그못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B씨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일은 빈번하다"며 "제가 재직하는 곳에서는 귀걸이 장식, 두발 모양, 치마 길이, 화장했는지 여부 등을 항상 지적하고 있다. 피부톤은 물론 검은 옷을 입지 말라거나, 빨간색 립스틱을 쓰면 안 되거나, 분홍색 계열로 (코디를) 맞춰야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교사는 여성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교사들이 일상적 돌봄노동에 꾸밈노동, 감정노동까지 더해지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6년 '생태유아교육연구'에 게재된 '유치원 교사들이 경험하는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유치원 교사들은 친절함을 갖고 자신을 맞춰 나가면서 암묵적으로 여성성을 내재화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친절에 대해 힘들어하고 있다"며 "유치원 교사의 여성성을 강조하는 이미지의 형성은 실제 돌봄 역할에 비중을 두는 유치원 교사의 역할에 대한 편견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양육을 함께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와 같은 역할을 여성에게만 부과하고 있다"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원아들의) 나이가 어리고 (교사들의 역할에) 교육과 돌봄이 섞여 있어 교사들에게 어머니와 같은 성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A사는 자사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해당 상품을 삭제한 상태다. 뉴스1은 회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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