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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모인 시청각장애인들이 촉수화 등을 이용해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자조모임 식으로 모이는 이 시간이 사실상 유일한 소통의 기회다. 최승식 기자 |
"이거 써보니 좋아요. 한 번 써보시죠."(김용재(48)씨)
"저는 제대로 된 게 없는데 어떻게 하나요."(김모(49ㆍ여)씨)
김용재 씨가 일주일 만에 만난 김모 씨에게 점자정보단말기(한소네)를 추천한다. 이 간단한 대화를 하는데 약 5분 걸렸다. 촉각을 이용한 수화, 즉 촉수화다. 평소 무표정한 두 사람은 이 시간만큼 미소 짓고 눈웃음을 짓는다. 두 사람 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시청각장애인이다. 서로 만지고 단말기를 활용하고 손바닥 필담을 섞어서 무언의 대화를 했다. 이들의 대화는 촉수화 통역 자원봉사자인 최인옥(72·여·청각장애인)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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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 이철성씨(왼쪽)와 촉수화 통역 자원봉사자인 최인옥씨가 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승식 기자 |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에도 시청각장애인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바깥 활동도 어려워서 가장 심각한 장애로 꼽힌다. 헬렌 켈러(1880~1968)가 대표적인 시청각장애인이다. 한국에서는 헬렌 켈러는 잘 알지만, 시청각장애인은 거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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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말) 대신 손(촉수화)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청각장애인과 활동보조인.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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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왼쪽)와 스승인 앤 설리반. [중앙포토] |
"사람들이 헬렌 켈러는 아는데 우리 이웃에 헬렌 켈러가 있는지는 모르는 거 같아요. 우리가 헬렌 켈러처럼 성장할 수 있는지는 주변에서 설리반처럼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달렸습니다."
장애인복지법에 명시된 장애의 종류에는 시각·청각·지체 등 15가지가 있다. 시청각 장애인은 없다. 이 법뿐만 아니라 정부 제도 어디에도 없다. 편의상 시청각장애인, 시청각중복장애인, 맹농인, 농맹인 등으로 불린다. 협회도 없어서 권익을 대변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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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들은 다른 장애인보다 더 심한 차별과 편견에 시달린다. 김모 씨의 활동보조인 송모 씨는 "김씨가 상점 물건을 만져보면서 고르는데 점원이 '가라'고 짜증을 낼 때가 많다. 헬스장에서는 ‘장애인이 운동해서 뭐 할 거냐’ 식의 비하가 이어진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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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이들의 상당수는 집이나 장애인시설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문자도 모른다.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장애인 시설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어렸을 때 버려진 뒤로 글을 전혀 배우지 못했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식의 의사 표현이 다 '바디 랭귀지' 수준이다"면서 "시설에 머무르는 시청각장애인이 아무래도 집에 있는 경우보다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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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이 서로 점자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모습.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 |
서 부연구위원은 "시청각장애인에게 절실한 의사소통ㆍ이동 지원 서비스가 우선 지원돼야 한다. 특히 선천적 장애를 지닌 아이들부터라도 제대로 된 촉수화ㆍ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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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의 유일한 대화법 '촉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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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화를 하는 모습. 최승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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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이 서로 점자를 가르쳐주고 배우는 모습. [사진 한국장애인개발원]](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18/04/18/2f13f363940a43c78a883a54e6c3059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