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없다' 분노하는 청년들 ① ◆
#1 서울대 이공계 졸업 예정 A씨(26ㆍ여)는 최고 '스펙'을 갖춘 '엄친딸'로 불린다. 이공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학점은 4.3 만점에 3.6이고 토익은 만점에 가까운 975점. 학외 환경관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도 받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도 세 번이나 했다. 국제감각도 빠지지 않는다. 독일에서 반 년간 교환학생을 했고 반 년은 또 영국 런던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정도로도 이미 이력서는 공란이 없을 정도다. 서툰 발표로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표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원하는 기업마다 탈락해 1년 반 동안 졸업을 미뤘다.
#2 연세대 인문계 출신 B씨(27)는 오늘도 인터넷에서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있다. '연세대'를 나온 B씨에게도 취업난은 어김없이 닥쳤다. 올해 B씨가 지원한 회사만 50곳. 상반기는 원래부터 생각하던 공공기관 위주로 20여 곳을 넣었다. 결과는 모두 탈락. 하반기에는 꿈을 접고 대기업 위주로 30여 곳을 지원했지만 역시나 합격한 곳은 없었다. B씨는 "군대도 갔다 왔는데 여전히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생계를 해결한다"며 "부모님을 홀가분하게 해드려야 할 텐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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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자리는 어디에…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마련된 채용정보 게시판에서 14일 한 학생이 취업공고에 실린 응시요건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1 서울대 이공계 졸업 예정 A씨(26ㆍ여)는 최고 '스펙'을 갖춘 '엄친딸'로 불린다. 이공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학점은 4.3 만점에 3.6이고 토익은 만점에 가까운 975점. 학외 환경관련 공모전에서 최우수상도 받았고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도 세 번이나 했다. 국제감각도 빠지지 않는다. 독일에서 반 년간 교환학생을 했고 반 년은 또 영국 런던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정도로도 이미 이력서는 공란이 없을 정도다. 서툰 발표로 면접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표 동아리 활동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원하는 기업마다 탈락해 1년 반 동안 졸업을 미뤘다.
#2 연세대 인문계 출신 B씨(27)는 오늘도 인터넷에서 채용 공고를 검색하고 있다. '연세대'를 나온 B씨에게도 취업난은 어김없이 닥쳤다. 올해 B씨가 지원한 회사만 50곳. 상반기는 원래부터 생각하던 공공기관 위주로 20여 곳을 넣었다. 결과는 모두 탈락. 하반기에는 꿈을 접고 대기업 위주로 30여 곳을 지원했지만 역시나 합격한 곳은 없었다. B씨는 "군대도 갔다 왔는데 여전히 부모님이 주는 용돈으로 생계를 해결한다"며 "부모님을 홀가분하게 해드려야 할 텐데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3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C씨(29). 군대를 면제받아 친구들에 비해서 2년이란 시간이 더 있었지만 지금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그는 더 늦기 전에 취업을 해야겠다며 취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미 늦어진 나이에 학점은 물론 영어점수 역시 변변치 않다. 그는 "자존심이 상하고 현실에 체념하게 된다"며 "친한 사람들은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잘나가고 있지만 내겐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좌절했다.
유례없는 취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취업은 명문대라는 '스카이(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출신에게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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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만 보더라도 올해 2월 졸업생 가운데 49%는 4년 내에 졸업을 하지 못한 학생이었다. 절반 가까운 학생이 졸업을 최소 1학기 이상 유예한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취업 현황은 올해 여름 졸업생들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향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점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졸업을 미루는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려대 학생들도 취업 시장에 들어가길 벌벌 떠는 것 같다"며 "취업 준비라는 명목으로 6개월~1년 정도는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스펙이 쌓일 때까지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를 머뭇거린다"며 "일부는 취업컨설팅을 받는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정작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올해는 사정이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최고 명문대학이라 통칭되는 '스카이'를 나오면 취업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는 불문율이 깨진 것은 무엇보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명문대생들이 예전처럼 명문대학이라는 간판의 덕을 볼 수 있는 일자리는 줄고 있다.
한 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명문대생들의 취업 고전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일정 수준이라도 채용이 있었고 명문대 졸업생들이 그 혜택을 누렸다"면서 "지금은 경기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명문대생들이 상대적으로 취업난을 더 크게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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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만을 보자면 금융업체를 제외한 신규채용 인원 숫자는 비슷하거나 소폭이나마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 분위기를 타고 고졸과 지방대학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생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하소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모든 취업준비생들이 최고 스펙을 갖춘 현실까지 겹쳐 명문대생들의 취업에 대한 고민을 키우고 있다. '간판'이 가지는 위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
증권사 등 금융회사 중에서는 아예 채용을 하지 않는 곳도 생겨났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2년 전만 해도 113명 신입사원을 공채로 선발했지만 지난해 64명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아예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았다. 다른 증권사들도 인력을 축소하는 중이다.
여기에 은행 등에서는 지역선발과 고졸 채용이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명문대 졸업생들의 높은 눈높이가 문제라는 지적도 한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갖춘 곳을 선호하는 것은 취업 준비생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명문대 재학생의 경우 취업이 안 되더라도 눈높이를 쉽게 낮추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취업 시기를 한참 지난 뒤까지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연세대 졸업을 앞둔 D씨는 "취업이 계속 안 되는 상황에서 경쟁이 조금은 덜한 곳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남들 보는 이목도 있고 스스로도 그게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명문대 입학이라는 영예가 취업 전선에서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연매출 1000억원의 한 신흥벤처업체 경영자는 "명문대 졸업생이라면 한 번 뽑아보고 싶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미래보다는 현실을 보는 취업준비생이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10월 실업률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2.8%)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20대 청년층 고용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은 14일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20대 연령층 고용률이 57%로 작년 10월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 정욱 기자 (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 장재웅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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