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 이선아씨 "난 최연소 여성 1호 고기집 육부장"
![]() |
20살 여성 청년 육부장 이선아씨. 1999년생인 이씨는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육부장이 됐다. 고기 기부를 하며 이웃까지 챙기는 청년이다. 김윤호 기자 |
한우 식당이나 정육점에서 고기 발골을 담당하는 이른바 '육(肉)부장'의 모습이다. 고깃집 육부장은 과거 '백정'으로 불린 직업이다. 매일같이 피를 보고, 살을 발라내야 하는 직업으로 예전엔 천한 직업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고깃집 육부장이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999년생 20살 청년. 그것도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 무역학과에 입학했던 여성이라면 어떨까. 여기에다 매월 쇠고기를 한 움큼씩 끊어 비닐봉지에 불쑥 담아 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고기 기부까지 한다면.
![]() |
20살 여성 청년 육부장 이선아씨. 1999년생인 이씨는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육부장이 됐다. 고기 기부를 하며 이웃까지 챙기는 청년이다. 김윤호 기자 |
소 뱃살 1㎏ 비닐봉지에 담아 전하는 착한 청년
이런 그가 '육부장'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고, 고기 기부까지 하게 된 사연은 201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경산지역 4년제 대학 무역학과에 합격한 이씨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한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후 쇠고기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직업으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쇠고기와 칼질을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식당에서 일해보니 월급을 많이 줘도 시선 때문인지, 예전 중화요리 전문점 배달부처럼 육부장을 잘 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취업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백정?. 직업에 귀천 없다."
한우 식당에서 일하며 꾸준히 고기를 배웠고, 경북대 평생교육원 한우전문가 과정에 들어가 칼 쓰는 법 등도 체계적으로 익혔다. 이렇게 고기 살을 바른지 2년 차. 칼에 손을 베어 치료까지 받아가며 기술을 익힌 이씨는 이제 소 살과 뼈를 발라내는 데 능숙하다. 안창살·등심·부챗살 같은 소 부위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이다. 시간이 다소 걸릴 뿐 소의 갈비뼈와 근육을 칼 하나로 정교하게 해체할 정도로 발골 기술을 익힌 상태다. 월급만 200만원 이상 받는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 |
20살 여성 청년 육부장 이선아씨. 1999년생인 이씨는 대학을 다니다 자퇴하고, 육부장이 됐다. 고기 기부를 하며 이웃까지 챙기는 청년이다. 김윤호 기자 |
"백정이라는 잘못된 직업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라도 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겁니다. 버는 돈의 일정 부분을 떼어 꾸준히 어려운 이웃도 챙길 겁니다. 여성 청년 육부장 1호 이선아 장학금의 시작이 바로 고기 기부 아니겠습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