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망치없는 지하철 '구호용품 보관함', 어떻게 열지 아리송…"손·발로 치면 쉽게 깰 수 있어"]
서울 지하철에 갑자기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화재 경보가 바쁘게 울리고 매캐한 독가스가 호흡기로 밀려든다. 물수건도 없다. 가진 것은 구겨진 '미세먼지 마스크'뿐. 그런데 가까운 곳에 파란색 '구호용품 보관함'이 보인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화재용 마스크'가 놓여 있다. "이제 살았다" 하는 순간도 잠시, 큰 문제를 깨닫게 된다. 굳게 닫힌 유리문을 열 방법을 모르겠다. 비상시에 깨라는 문구는 있는데, 도대체 뭘로 깨지?
10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역 3곳(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1호선 서울역)을 돌며 살펴본 결과 구호용품 보관함에는 유리를 깰 수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통상 지하철역 구호용품 보관함(1개 기준)에는 화재시 유독가스로부터 15분 이상 호흡기를 보호해주는 방독마스크(SCA119FN)가 20~30개, 면수건이 1박스, 생수 2병 등이 들어 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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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 비치된 구호용품 보관함. 화재발생시 손이나 발로 치면 유리문을 깨고 방독마스크를 꺼내서 쓸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
10일 낮 12시부터 1시까지 머니투데이가 서울 지하철역 3곳(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1호선 서울역)을 돌며 살펴본 결과 구호용품 보관함에는 유리를 깰 수 있는 도구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통상 지하철역 구호용품 보관함(1개 기준)에는 화재시 유독가스로부터 15분 이상 호흡기를 보호해주는 방독마스크(SCA119FN)가 20~30개, 면수건이 1박스, 생수 2병 등이 들어 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날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 놓인 구호용품 보관함 유리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보관함 하단에는 '사용하려면 깨뜨리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를 깰 수 있는 도구는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보관함 안에 있는 마스크가 무색해보였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역사 안과 승강장에는 구호용품 보관함이 있었지만 역시 비상용 망치 등은 없었다. 그냥 깨뜨리라는 안내뿐, 어떻게 깨야 한다는 설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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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에 비치된 구호용품 보관함. 화재발생시 손이나 발로 치면 유리문을 깨고 방독마스크를 꺼내서 쓸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에 설치된 모든 구호용품 보관함은 발뿐만 아니라 손으로만 쳐도 깨진다"며 "일반 유리로 하면 깨지면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유리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홍보할 필요성은 있어 보였다. 구호용품 보관함에 구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지 않은 데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대다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 조모씨(28)는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어떻게 깰지 난감하다"며 "망치라도 줘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부 이현정씨(30)도 "아무런 안내도 없이 그냥 깨서 쓰라고만 하면 어떡하냐. 다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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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 비치된 구호용품 보관함에 '강화유리'라고 표기돼 있다. 이는 손이나 발로 깨도 '안전한 유리'라는 점을 표기한 것이다. /사진=남형도 기자 |
공하성 우석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잘 깨지긴 하는데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이 문제"라며 "어떻게 깰까 걱정해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깨지는 것이라는 안내문구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안전유리라 하더라도 파편에 다칠 수 있으니 비상용 망치를 함께 비치해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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