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LG 가전 때문에…서울에 세탁기 설치하면 경기도로 못옮겨

LG전자 고객이면 제공받을 수 있는 가전 제품 '이전 설치'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서울 집에 가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경기도 이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LG전자 가전 제품 배송,설치를 담당하는 판토스는 운송 대상 지역이 멀어도 기존 제품의 철거,포장,운송(유상),설치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류센터 간 권역을 벗어날 경우 운송을 해주지 않는다. LG전자 가전 제품이 너무 잘 팔리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9일 판토스 한 관계자는 "3월부터 전국 25개 물류센터 간 권역을 벗어나는 이전 설치 요청 건에 대해 운송을 해주지 않기로 했지만, 소비자 불만이 있어 4월 6일부터 원래대로 서비스 하기로 정책을 재조정했다"고 말했다.

◆ 성수기 배송 물량 폭주에 '권역외 운송 서비스' 중단

판토스는 LG그룹 물류 자회사다. LG전자 제품의 배송부터 설치까지 '원스톱' 서비스와 LG베스트샵과 할인점 등 판매점으로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토스가 그동안 고객에게 제공한 전국 단위 이전설치는 LG전자 고객이 누린 차별화 서비스였다.

최근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LG전자 가전 제품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성수기에 접어드는 3월보다 전인 연초부터 불티나게 팔렸다. LG전자는 창원공장 에어컨 생산라인을 예년보다 이른 2월부터 풀가동했는데, 생산량은 2017년 같은 기간(1월~2월) 대비 50% 늘었다.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은 LG전자는 판토스의 물류시스템을 손봤다. 그동안 제공해 오던 권역외 이전 설치 서비스를 3월 중순부터 중단하고, 쏟아지는 신규 배송 및 설치 물량에 온전히 집중하기로 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판토스는 그동안 장거리 이전 설치 서비스를 진행해 왔지만, 신규 물량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운송차량의 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며 "가전 제품의 철거,설치 서비스는 종전처럼 판토스가 그대로 제공하지만, 권역외 운송은 고객이 직접 하는 형태로 방식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LG전자의 가전제품 이전 설치 정책 변경 후 불편을 호소한다. 대부분 가전을 LG전자 제품으로 채운 가정의 종전까지만 해도 먼 거리로 이사할 때 판토스의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더 비싼 비용이 드는 이사업체에 직접 요청해야 한다.

판토스는 9일 기준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여전히 전국 단위 이전 설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 안내를 준수할 수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아이디 궁디미*인 한 누리꾼은 "이사 날짜를 정한 후 LG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전 제품 다섯 개의 이전 설치를 신청 했는데 당분간 다른 지역은 이전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사업체를 부르기엔 비용이 많이 들어 곤란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 LG전자 "권역외 이전 비중 적어…소비자 불편 미미해"

LG전자는 권역외 이전 설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 사례가 개인 간 중고거래이기 때문에, 정책이 바뀌어도 소비자 불편은 미미한 수준일 것으로 판단한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현재 판토스 차량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운송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한 것이다"며 "서비스를 중단한 권역외 운송 물량은 전체 운송 서비스 중 5%쯤 비중을 차지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역외로 이전을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운송을 포함한 이전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군도 있다. 개인 또는 일반 이사,물류업체에서 서비스하기 어려운 대형 가전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60인치 이상 TV, 얼음정수기 냉장고 등은 고객이 직접 옮기기 어렵다"며 "기술적 철거,설치가 필요한 제품은 이전할 지역이 멀어도 판토스가 운송해 준다"고 말했다.

IT조선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