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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생/ 서울고/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1975년 조선아이앤씨 사장/ 1988년 한미창업투자 사장/ 2000년 KS넷 사장/ 씨앤앰 회장/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현) |
그가 손대면 주가는 오른다. 이번에도 이런 공식은 여지없었다.
11월 초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64)이 자회사(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가수 박진영 씨가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에 투자 검토 중이란 사실이 알려졌을 뿐이다. 그저 ‘검토 중’이라고만 했을 뿐인데도 직후인 11월 2일 JYP 주가는 7% 가까이 올랐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 미쓰에이, 2AM, 2PM 등 인기가수를 보유한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이 회장 개인과 그의 투자관련 사모펀드(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가 반반씩 투자해 라이브플렉스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인 11월 초부터 이 회사 주식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10월 31일 기준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의 매수단가는 주당 4500원, 총 투자 규모는 99억원인데 11월 8일 기준 주가가 5300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 이 회장에게 괜히 ‘미다스의 손’이란 별명을 붙여준 게 아닌 듯싶다.
이민주 회장이 투자 대가로 알려진 결정적인 시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C&M)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지분 65%를 맥쿼리 주도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매각했다. 그 매각대금이 1조4600억원에 달했고 그때부터 이민주 회장은 ‘1조 거부’로 불렸다.
1948년생인 이민주 회장은 연극배우 겸 연출가로 이름을 날린 故 이해랑 선생의 둘째 아들이다. 형은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 동생은 이석주 화가다.
이 회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대학(연세대) 졸업 후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종은 완구 봉제, 종잣돈은 150만원이었다. 1975년 조선무역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후 이 회장은, 껴안으면 심장이 뛰는 곰인형 하트투하트베어를 개발해 히트상품 반열에 올려놨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1988년 한미창업투자(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당시 이 회장이 한미은행과 함께 설립했다 보니 한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종잣돈 150만원 완구회사가 모태
1990년대 전후 이 회장은 케이블TV 사업을 눈여겨봤다. 당시엔 초창기라 가입자 수도 적고 방송 운용인력도 전문성이 떨어져 경영권을 헐값에 내놓는 사례가 적잖았다. 이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케이블TV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집중 투자했다. 경동케이블TV를 시작으로 군소 케이블 업체들을 하나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는 이 회장에겐 호기였다. 매물이 속출하자 실탄이 충분했던 이 회장은 헐값에 이들 회사를 인수해 MSO C&M이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 케이블TV 시장은 이 회장 예상대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맞았고 지상파TV에 필적하는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시청률도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광고단가가 올라가자 케이블TV 사업을 눈여겨보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8년 1조원대 지분 매각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씨앤앰 매각대금만 1조원 넘어
대형 인수합병(M&A)으로 큰돈을 쥐게 된 이 회장은 이듬해(2009년) 사명을 바꾸고 또 한번 심기일전한다. 그룹 모태가 된 조선아이앤씨(옛 조선무역)는 에이티넘파트너스로, 2010년엔 한미창투마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바꿨다. 에이티넘은 에이스와 플래티넘의 합성어. ‘최고 프리미엄 자산운용서비스 그룹’이란 뜻이다.
이 회장 외 2인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에이티넘파트너스는 간접투자도 병행하지만 직접투자가 주력이다. 자회사이자 상장사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산하에 사모펀드를 만들어 중소기업에 투자한다. 앞서 라이브플렉스에 투자한 주체는 엄밀하게 말하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민연금 등의 자금을 유치해 결성한 1000억원 규모 투자펀드다.
그야말로 돈이 돈을 벌었다. 이 회장은 두 회사를 앞세워 삼성생명 비상장주식 투자로 400억원을 번 데 이어 현대홈쇼핑,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을 연이어 매매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아직 매각하진 않았지만 인포뱅크, 심텍 등도 매입단가에 비해 11월 기준 주가가 2배 이상 올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게 됐다. 부동산 투자도 꽤 쏠쏠하다. 서울 역삼동 ING타워를 약 1400억원에 매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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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에너지 사업에 급관심
2009년 이후 이민주 회장이 눈독 들이는 분야는 유전과 에너지 사업이다. 이 회장은 아무리 대체에너지, 녹색성장 등이 이슈가 되더라도 유전, 천연가스를 대체할 에너지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첫 작품은 미국에서 터졌다.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사모형 ‘해외자원개발펀드’를 앞세워 미국 석유개발 회사인 스터링에너지USA 주식 99%를 9000만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국내 민간 기업이 미국 석유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라며 대대적으로 알렸다. 스터링에너지USA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에 확인 매장량 기준으로 1060만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 광구 60여곳(생산정 202개)을 보유한 업체다.
이후 미국 트리아나에너지 지분 14.6% (5000만달러), 미국 동부 마셀러스 셰일 시추 프로그램 지분 50%(2억 달러), 미국 텍사스 울프베리 프로젝트 지분 16.7%(1000만달러)를 매입하며 점차 관련 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지난해엔 에이티넘파트너스 사상 최대 규모 투자도 성사시켰다. 오클라호마주, 캔자스주 소재 미시시피라임 유전 광업권(Working Interest) 지분 13.2%를 미국 유전개발 전문업체인 샌드리지사로부터 5억20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계약에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참여했던 외환은행의 전호진 팀장은 “에이티넘파트너스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일단 작은 딜부터 해보면서 업력을 쌓고 또 무조건 외부 자금만 조달하려는 게 아니라 본인들도 일부 자금을 대 ‘함께 가자’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으다 보니 신뢰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올해 8월 증시를 술렁이게 했던 STX에너지 지분 인수검토 역시 에너지 투자의 연장선상이었다. 금융당국이 조회공시를 강제한 결과 투자를 고려했으나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긴 했지만 언제든 국내 에너지 업체 투자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겨 뒀다.
물론 이민주 회장이 투자한 업체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투자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떨어져 ‘이민주 효과’가 무색한 사례도 물론 있다. 미스터피자(MPK)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지만 11월 8일 주가는 1490원으로 행사가(1807원)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주당 1만8000원, 총 470억여원을 투자했지만 11월 8일 기준 동양생명 주가는 1만1800원으로 좀 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이 네패스신소재 주식 15만8352주(5.5%)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월 7일에 오히려 이 회사 주가가 하락한 일도 있다.
투자한 회사 손실 나기도
상장폐지 심사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50억원을 투자했지만 올 초 배임횡령 혐의가 금융당국에 포착돼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계속된 성공 신화에 대한 시샘의 시선일까. 한쪽에선 조금씩 구설수도 튀어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부 자금 조달 규모가 점점 커지고 투자할 만한 회사는 적다 보니 투자원칙 없이 코스닥 시장에서 자칫 테마주를 양산하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눈치가 보여 대놓고 회사 홍보활동은 안 한다고 하지만 신뢰가 생명인 금융시장에서 에이티넘이 이미지 관리를 할 시점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82호(12.11.14~11.20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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