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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상암토크] 유모(乳母)국가 ’그 달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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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 참석자들과 함께 만찬장인 충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에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등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대화 참석자들과 함께 만찬장인 충무실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더팩트ㅣ김민구 기자] 뉴스를 듣는 순간 놀라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것이 실화냐”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라면 충격의 강도를 설명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자 한 사람당 한 해 1035만원씩 4년간 지원하겠다는 종합 대책을 최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4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도 마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정부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4년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 39만 명을 방치하면 실업자가 14만 명 늘어나고, 청년실업률이 12%까지 껑충 뛰는 등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일자리 특단 대책으로 이미 수십조 원의 돈을 마련한 데 그치지 않고 이번에 국민 혈세를 또다시 퍼붓는 것은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조 2000억 원대 일자리 추경을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 또 4조 원대 청년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얘기다. 올해 일자리 예산을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 돈을 또 퍼붓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펼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지난해 11조 원 세금을 써서 늘린 일자리의 절반은 '60대 임시직 아르바이트'에 그쳤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19조19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월 취업자 증가폭은 8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세금 수십조 원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고용 사정은 나아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민 혈세를 또 쓰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제임스 디로렌조와 제임스 T. 베넷이 1997년 발표한 저서 ‘유모((乳母)국가의 미래(What Next for the Nanny State?)를 다시 펼쳤다. 내니 스테이트(Nanny State:유모국가)는 정부가 일반 국민을 마치 유모처럼 따라다니며 보호해주는 국가를 뜻한다. 유모가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콧물을 닦아 주듯 국가가 국민을 지극정성으로 챙기니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국민 입장에서는 유모국가가 ‘땡잡은’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된 윌리엄 헨리 비버리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주장처럼 정부가 돈을 마구 찍어 완전고용을 실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복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모국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박수칠 만한 상황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을 판단력과 자제능력이 부족한 어린아이처럼 취급해 국민에 대한 간섭을 늘리고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을 빼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온다. 유모국가가 국민을 위한 최고선(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가가 진짜 책임져야 할 것은 안보와 법치다.

유모국가는 또한 국가 재정건정성을 훼손시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한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퍼주기식’ 과잉복지를 실시해 한 때 국가 재정이 파탄이 날 지경에 이른 것은 유모국가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복지 포퓰리즘 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일단 한 번 열리면 국가가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도, 극심한 경기침체에 허덕여도 쉽게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경제와 정치 지형도를 목도하면 유모국가의 기시감(데자뷔:deja vu)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고용창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고용은 정부 예산이 아닌 기업의 투자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정책 입안자들이 70년 넘도록 잠들어 있는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관(棺) 뚜껑을 열어 그에게 주요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큰 정부’를 강조하는 케인지언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는 중소기업의 초라한 현실이 대기업 때문이라는 이른바 ‘대기업 원죄론’에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중소기업 일감을 빼앗아 중소기업 경영난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이 잘 살면 그 부(富)가 하위층과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트리클 다운 효과‘는 없다고 외친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국내 전체 기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고용과 청년실업 원인을 모두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경제위기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대기업으로 향하기보다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적 수준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소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영업 환경을 만들어 탄탄한 중소기업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개혁과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구조개혁 없이 나라 곳간만 축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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