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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임대료 '애플스토어 후폭풍'

머니투데이 신희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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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비싸게 내놓고 재계약 거부하는 건물주들, 현실적 보호방안 없어"]

지난 1월27일 애플의 국내 첫 유통매장 애플스토어 '애플가로수길' 오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머니투데이 DB.

지난 1월27일 애플의 국내 첫 유통매장 애플스토어 '애플가로수길' 오픈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머니투데이 DB.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올해 초 국내 애플스토어 1호점이 인근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20년치 월세 600억원을 한 번에 선납했다는 뉴스엔 밤잠도 설쳤다. 최근 움츠러든 가로수길 상권에 유동인구는 늘겠지만 임대료가 치솟을 게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최근 A씨는 애플스토어 입점 한 달여만에 건물주로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단골손님 위주로 어렵게 가게를 운영하며 자리를 잡았지만, 속수무책으로 내쫓길 처지가 됐다.

A씨는 "상권이 침체돼 있는데도, 건물주는 월세 대신 관리비 명목으로 돈을 계속 올려 받더니 이젠 나가라고 한다"며 "애플스토어 때문에 재계약을 앞둔 가로수길 임차 상인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5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애플스토어의 국내 첫 입점으로 주목받았던 가로수길 상권이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수년간 유동인구 감소로 침체된 가로수길 상권의 임대료가 급등해 임차 상인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가로수길 임대료 인상은 애플스토어 국내 1호점이 입점하면서 시작됐다. 애플스토어는 지난 1월27일 가로수길 한복판에 문을 열면서 20년치 임대료 약 600억원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강남구 신사동 3개 필지에 총 589억325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토지주와 20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 한달 임대료만 약 2억5000만원에 달하고, 맞은편 글로벌 의류브랜드 H&M이 유사한 규모에 지급하는 월 임대료 1억1000여만원보다 2배 이상 높다. 규모가 작은 영세 임차인들이 지불하는 임대료에 비해선 3~4배가 넘는다.


가로수길 땅값이 3.3㎡당 2억5000만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토지를 직접 매입해 건축하는 게 낫지만, 핵심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고가의 월세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로수길 소재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애플스토어가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다는 소식에 건물주들이 건물을 비싸게 내놓거나, 임차인을 내보내고 다시 중개해달라는 사례가 늘었다"며 "계약 기간이 돌아온 영세 자영업자들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가로수길 땅값은 강남역 상권 부상과 사드 사태 이후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여파로 상권이 위축된 것과 달리 급등세를 이어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가로수길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3.8% 상승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 가운데 마포구 연남동(18.8%), 성동구 성수동 카페거리(14.5%), 용산구 경리단길(14.1%)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반면 임대료는 최근 유동인구 감소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로수길 상권의 임대료는 전년 대비 17.2% 하락했다.

시장에선 애플스토어 입점 이후 임대료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가로수길 임차 상인 상당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데다, 건물주가 리모델링 등을 명목으로 재계약을 거부하면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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