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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왕은 필요 없다

중앙일보 김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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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아트팀 기자

김호정 아트팀 기자

“회의를 정말 자주 했고 의견을 엄청나게 많이 주고받았다.”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의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 원일이 한 말이다. 엄숙한 독창 대신 다문화 아이들의 합창으로 산뜻해진 애국가, 클럽 분위기로 선수들을 춤추게 했던 입장 음악 등이 나온 배경을 묻자 한 말이었다. 이런 말도 했다. “초반에 연출가가 사퇴한 것 때문에 여러가지로 시끄러워 각 분야 감독들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말하자면 수장이 바뀌며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실무 책임자들이 회의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원일 감독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덕분에’ 오롯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게 좀 희한하긴 했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 덕에 나왔다는 ‘독특한 아이디어’도 몇 개 전해줬는데 현실성과 별개로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왜 음악인가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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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없는 동네가 잘 돌아간다. 반대로 왕이 있던 제국은 지금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연극계 ‘미투(#me too)’ 고백들에서 놀라울 정도로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왕’이다. 연출가 이윤택은 “CCTV도 없는 곳에서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였다”고 고발됐고, 배우 조민기는 “캠퍼스의 왕”, 경남 김해의 극단 대표였던 조증윤 연출가는 “연극의 왕”으로 묘사됐다. 예술가가 가진 권력이 위험하다는 것은 피해자들이 그려낸 처절한 지옥도가 증명한다.

해외 음악계에선 지휘자들이 왕으로 지목됐다. 연주자가 되려는 열망에 휩싸였던 음악도들을 성추행한 미국의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 함께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수많은 연주자 중 여자 성악가들을 성추행한 지휘자 샤를 뒤트와가 무대에서 퇴출당했다. 제임스 레바인은 오페라 지휘계의 거장이었다. 오페라 창작자들이 몇백 년 동안 그린 권력자들의 부패를 연구해 무대에 올렸다. 이렇게 학습된 사람도 스스로 쥔 힘만큼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법이다.

왕은 필요 없다. 예술계의 왕들은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다른 분야에 비해 외부의 감시에서 자유롭다. 왕 중의 왕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다른 어떤 분야의 사람들보다도 왕이 없어도 잘할 수 있다. 미투 운동으로 무례한 왕들을 끌어내린 예술가들이 이를 곧 증명해낼 거라 믿는다.

김호정 아트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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