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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시도' 가톨릭 신부 '정직' 조치 뿐, 종교계 기준은 다르다?

조선일보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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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종교계까지 번지면서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여신도 김민경씨는 천주교 수원교구 한모 신부(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로부터 수차례 성폭행 시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부는 현재 정직 상태다.

KBS뉴스 캡쳐

KBS뉴스 캡쳐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홈페이지에 사과 취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용훈 수원교구장은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교구는 여성 인권과 품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그에 걸맞은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모든 사제가 이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며 올바른 사제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해당 신부에 대한 법적 처벌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피해자 주장에 따르면, 한 신부는 해외 선교지 식당 문을 잠그고 강간을 시도했으며, 방문을 열고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의 행위는 강간을 목적으로 주거공간에 억지로 침입한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에 해당한다. 특수강간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한 신부가 ‘현행법’의 심판을 받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왜일까.


①사건 7년전 발생, 피해자 ‘고소’ 있어야 수사가능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 처벌법)은 지난 2013년 6월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파악해 형사법정에 세울 수 있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개정 이전에 발생한 범행들은 피해 당사자가 1년 이내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親告罪)다. 7년 전 발생한 이번 사건의 경우, 김씨의 피해가 전부 사실일지라도 이미 김씨가 고소할 수 있는 기간(1년)을 넘겨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상습적인 성범죄는 2013년 6월 이전이라 하더라도 친고죄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상습 범죄’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김씨는 “정확히 제가 몇 번 저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회수 같은 건 기억하지 못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근데 기억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기억나는 그 날짜, 일기에 적혀있는 사건 두 가지만 말씀드린다”며 일기를 제시했다. 김씨가 성폭력 상황을 호소한 동료 신부와 ‘일기장’ 외에는 물증이 없는 것이다. 법조계는 ‘성범죄 공소시효(10년)가 남아있지만 현재 폭로된 사건의 증거 및 증언 정도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②교구장이 처벌 수위 결정하면 끝
천주교가 철저한 ‘교구 중심 체제’로, 교구장의 ‘처벌’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세속에 비유하면 천주교는 완벽한 ‘지방분권제’인 것이다. 추기경일지라도 수원교구에 어떠한 처벌을 강요할 수 없는 구조다.
23일 이후 천주교 수원교구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의견을 개진하는 게시판 기능이 아예 폐쇄된 상태이며,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취지의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위원회 계획 등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③세속법보다 ‘교회법’ 중시하는 종교계 특수성 가세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고소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피해 사실을 덮게 만드는 종교계 특성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의 신앙심이 깊을수록, 세속법보다 ‘교회법’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데, 바로 이런 점이 종교계 성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교회법’은 신도들의 신앙·윤리·훈련과 교회 운영 등에 관한 법규. 교회법에 따르면, 성직자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징계성 인사 발령(처분)은 휴직→정직→면직 등 강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직무를 못하도록 하는 정직 처분이 일반적이었다. 일단 교회법에 따른 처분이 내려지면, 일반 사법체계로 이 처벌에 대한 ‘적정성’ 판단도 내릴 수가 없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4년 5월 “사제 징계는 법원의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부장 김형두)는 신부직에서 면직처분된 자가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종교 교리의 해석 등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으므로 면직처분의 효력 유무를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④주변인들의 방관도 문제
김씨에 따르면 2011년 11월 피해 발생 당시 김씨는 함께 선교활동을 했던 다른 신부들에게도 알렸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지 얼마 안된 후배들은 그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했고, 물어봐야했고 허락을 받아야하는 상황이었다”며 “제가 그 분들이 저에게서 피해사실을 듣고 '선배,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기를 바랐다면 너무한 것이냐”고 했다.
김씨가 피해 사실을 알린 이들 중 한명은 아예 침묵했으며, 다른 신부는 교구 측에 알리라고 권했을 뿐 가해자인 신부를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교구는 성범죄를 방관한 신부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 취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 수원교구 홈페이지 캡쳐

천주교 수원교구는 25일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 취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 수원교구 홈페이지 캡쳐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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