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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촌 그 아이가 웃을 때, 관객 마음은 따끔거린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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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속 아이들이 깔깔댈수록 관객 마음은 까끌까끌하다. 얼음알갱이가 씹히는 포도맛 아이스바를 깨물어 먹고 나면 혀가 검게 물들듯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3월 7일 개봉)는 달콤하고 아련하지만 끝날 무렵엔 보는 이 가슴 한쪽에 보랏빛 멍을 안긴다.

여섯 살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건너편 모텔 '매직 캐슬'에 산다. 20대 소녀 핼리(브리아 비나이트)가 아이 보호자다. 모텔은 눈부신 보랏빛 페인트를 뒤집어썼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극빈층이 사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아이는 그저 즐겁다. 때론 남의 자동차에 침 뱉으며 놀고, 모텔 관리사무실에 몰래 숨어들어 두꺼비집을 내리기도 한다. 거리에서 어른에게 잔돈을 구걸해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폐허가 된 건물과 공터를 뛰어다닌다. 모텔 매니저 바비(윌럼 더포)는 그런 아이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여섯 살 여자아이 무니(가운데)는 친구 스쿠티(왼쪽)·젠시(오른쪽)와 구걸한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미국 플로리다 모텔촌을 헤매며 논다. /오드

여섯 살 여자아이 무니(가운데)는 친구 스쿠티(왼쪽)·젠시(오른쪽)와 구걸한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미국 플로리다 모텔촌을 헤매며 논다. /오드


카메라는 이들의 궁핍한 현실을 발가벗기는 대신 그저 잠잠히 따라간다. 카메라가 그렇게 동행하며 건져 올린 풍경은 때때로 무니가 사는 모텔 이름만큼이나 매혹적이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는 찬란하고, 아이들이 기어오르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잎이 푸르다. 관객은 흡사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이들이 맞닥뜨린 삶 그 밑바닥을 자꾸 잊는다.

윌럼 더포는 이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가 무니를 바라보는 얼굴의 주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종종 흔들린다.

전작 '탠저린'을 아이폰으로 찍어 화제를 모았던 션 베이커 감독은 이번엔 35㎜ 필름 카메라를 들었다. 이 20대 소녀와 여섯 살 여자 아이의 빈곤하고 아슬아슬한 일상이 동화책 한 페이지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커 감독은 그러나 영화 막바지에 다시 아이폰을 잡는다. 무니가 친구 손을 잡고 뛰어가는 끝 장면만큼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다. 초점도 제대로 맞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관객 마음도 덩달아 출렁이고 깨진다. 보는 사람 가슴에 '쿵' 하고 멍이 드는 것도 바로 이때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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