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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닉스, 경호원 이끌고 印尼 밀림서도 영업

매일경제 박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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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 해외서 답을 찾다 / ③ 印尼 센서기기 1위 오토닉스 ◆

인도네시아 칠레곤에서 열린 산업자동화기기 전시회에서 엔지니어들이 오토닉스 부스를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박준형 기자>

인도네시아 칠레곤에서 열린 산업자동화기기 전시회에서 엔지니어들이 오토닉스 부스를 방문해 상담하고 있다. <박준형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인구 40만명 정도의 해안도시 칠레곤. 며칠 전 이곳 페르마타 크라카타우 호텔 내 전시장에는 40여 개 국내외 산업자동화기기 업체가 참석한 로드쇼가 열렸다.

현지 산업자동화잡지 오렌지미디어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약 330㎡(100평) 규모 전시장과 비슷한 규모의 프레젠테이션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100여 명의 지역공단 내 엔지니어가 참석한 조그만 행사이다 보니 이런 곳에 한국 기업이 있겠나 싶었다. 하지만 전시장 한쪽에 'Autonics'라는 간판을 건 기업이 행사장 내 가장 큰 3개 부스를 차지하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센서ㆍ제어기기로는 한국 1위 업체인 오토닉스가 인도네시아시장 장악을 위해 조그만 인도네시아 소도시까지 발을 넓히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현장이다.

이곳에서 고객들을 맞이하던 류재한 오토닉스 인도네시아법인장은 "문을 연 지 2시간 정도 지났지만 30여 명의 고객이 다녀갔다. 제품 품질 문의가 많았고 가격과 애프터서비스(AS)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후에 시작된 오토닉스 발표시간에는 류 법인장과 현지 직원이 나와 80분 정도 기업과 제품에 대해 소개했다. 40명 정도 엔지니어가 참석한 가운데 발표 내내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찾기 힘들었다.

정류장 스크린 도어와 각종 산업장비에 들어가는 센서ㆍ계측기기를 주로 만드는 오토닉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234억원. 이 중 절반 정도가 해외 법인(11개)과 대리점이 올린 것이다.

1996년 설립해 오토닉스의 첫 해외법인인 인도네시아법인의 올해 매출은 655만달러(약 73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9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했고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40%, 35% 매출이 늘었다.


이 같은 성장으로 온도조절기, 근접센서 등 판매하는 16개 아이템군에서 인도네시아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했고 지난해 일본 경쟁사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오토닉스는 자체 판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은 시장 확대를 위해 몇 개 대리점을 집중 지원하는 방법을 썼다. 이로 인해 연매출 100만달러가 넘는 대리점이 2곳 생겼다.

1위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피피 슈하리 점장은 "전시회, 세미나 비용지원은 물론 영업도 함께해 준다. 가격은 20~30% 정도 싸면서도 AS 시스템이 잘돼 있어 고객들로부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오토닉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산업장비업체 마타하리 메가의 아구스 할림 기술 담당자는 "적정 재고를 유지하고 있어 급히 제품이 필요할 때 바로 공급해주는 게 맘에 든다. AS도 즉시 나와 해주기 때문에 제품 고장으로 라인이 오랫동안 멈추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류 법인장은 "법인 교육장에서 대리점들에 AS와 고객 응대법 등을 수시로 교육하면서 서비스 수준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닉스 인도네시아법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발로 뛰는 영업이다. 1만2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1년에 세미나만 30회 이상, 큰 전시회도 5회 이상 한다.

불안한 치안 때문에 경호원과 함께 오지에 영업을 나가거나 고객이 급하게 불러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배달을 해준 적도 허다하다고 류 법인장은 전한다.

1998년 현지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로 대규모 주민 폭동이 일어나 위험한 상황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버틴 덕분에 고객들로부터 신뢰도 급증했다.

■ 류재한 인도네시아법인장 "이름도 이슬람식으로 바꿨죠"

'유숩(Yusuf)'.

인도네시아에서 오토닉스와 거래하는 대리점주와 바이어들은 류재한 오토닉스 인도네시아법인장을 'Mr.Ryu'나 '류재한'이 아닌 '유숩'이라고 부른다. 2009년 8월 인도네시아법인장으로 부임한 이후 류 법인장은 곧바로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식 이름을 지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도 즐겨입고 다녀 멀리서 보면 인도네시아 사람인 줄 착각할 정도다.

류 법인장은 "철저히 현지화하는 게 우선이다. 이슬람 명절 때면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같이 저녁을 먹고, 시골 오지에 영업을 나가면 인도네시아 직원과 함께 허름한 여관에 투숙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법인장들도 손으로 밥을 먹고 쉬는 날에도 직원들과 등산, 배드민턴 등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직원 경조사에는 꼭 참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법인장만 빼면 25명 직원 모두 현지인이다.

현지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것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아파서 못 온다는 직원들의 메시지. 상당수가 꾀병이다.

류 법인장은 "일단 회사에 나오라고 하고 한국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병원비도 지원한다. 자연스럽게 출석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현지의 물이 안 좋아 자신도 4개월 동안 설사에 시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넓은 국토를 돌아다니기 위해 기동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법인 외에 4곳의 출장소가 있는데 두 군데 정도를 더 늘릴 예정이다. 회사 차도 최근 3대에서 6대로 늘렸다.

이명계 우리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이사는 "오토닉스의 성공 사례는 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또한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의 임금이 매년 20% 정도 오르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기술력으로 승부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경ㆍ대한상의 공동기획

[인도네시아 칠레곤·자카르타 =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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