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박소현 객원기자] |
세상에 없던 자동차 색상이다. 쉐보레 ‘스파크 코랄핑크’의 도로 위 존재감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이 차를 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코랄핑크는 립스틱 색깔 아니야?”라고 물었다. 스파크보다 코랄핑크라는 컬러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코랄’은 주황색과 분홍색이 섞인 색인데 주황색이 좀 더 강하면 코랄오렌지, 분홍빛이 더 돈다면 코랄핑크라고 불린다. 색조화장에 실패하지 않는 색상으로 유명해서 여성들 대부분은 코랄핑크색 립스틱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한국지엠이 여성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직접 눈으로 본 코랄핑크 스파크가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유치한 딸기우유 색깔이 절대 아니라고 설명했다. 볼 빨간 사춘기의 뺨 색깔이라고 해야 할까. 굳이 비할 데라면 베네피트 블러셔 중 ‘코랄리스타’의 발색과 비슷한 색이다. 은은하면서 발랄하고 수줍으면서 정열적인 색깔이다.
2박 3일간 많은 관심 속에서 300km를 달렸다. 생각 이상으로 주부들 사이에선 인기가 좋았다. 경기도 양평의 모 카페에 주차를 해놓고 2층에 있었는데 옆에서 모임을 갖고 있던 맘카페 회원들이 스파크를 가리키며 “쟤 봐 예쁘다”를 연신 쏟아냈다. 바로 옆에 검은색 재규어 XF가 있었는데도.
[사진 : 박소현 객원기자] |
◆코랄핑크색 수트 입은 도깨비
2015년, 스파크가 도깨비 같던 얼굴에서 탈피해 쉐보레 패밀리룩으로 갈아입었다. 도깨비 시절 1520mm에 이르던 전고가 1475mm로 낮아져 좀 더 안정감 있는 모습이 된지도 3년째다.
도깨비 시절에는 옅고 채도가 낮은 ‘모나코핑크’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2018년 스파크는 코랄핑크가 가장 뜨겁다. ‘소중한 사람이 타는 차’라는 광고 카피처럼 부모님이 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많이들 선물하는 색상이라고 한다.
스파크는 땅땅하면서 날카로운 반전매력의 소유자다. 측면 캐릭터 라인은 볼륨감을 강조하고, 헤드램프를 감싸 안듯 받쳐주는 촘촘한 주간주행등은 사나운 눈빛을 연출한다. 그런 와중에 귀엽게도 코랄핑크색 옷을 입었다.
실내는 듀얼 콕핏 콘셉트가 적용됐고 계기판 및 센터페시아는 직관적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로서 애플 카플레이 시스템은 불만이다. 시승 내내 아이폰이 없어서 서러웠다. 내비게이션조차 연동되지 않아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했는데 그나마 에어컨그릴 부착용 거치대에 달아놨더니 보기가 매우 불편했다. 에어컨그릴이 센터페시아보다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 박소현 객원기자] |
◆소중한 사람이 타는 ‘통뼈 경차’…KNCAP 1등급
‘소중한 사람이 타는 차’라는 광고로는 부족했는지 시승 기간 동안 ‘스파크 어떠냐’는 질문을 가장한 생존신고 요구가 끊임없이 들어왔다. 핑크색 경차에 대한 위협운전, 그리고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매번 ‘나 괜찮다’고 생존신고를 했다. 스파크는 사고 시 차보다 사람을 우선 보호하도록 설계됐으니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17 신차안전도 평가(KNCAP)’에서 진정한 ‘통뼈 경차’가 가려졌다. 스파크는 충돌안전성 부문에서 93.1%의 평가를 얻어 기아차 모닝(84.2%)을 크게 앞섰다. 주행안전성에서도 모닝보다 10.7% 높은 81%를 획득했다. 스파크는 사고예방안전성에서 가점 2.2점을 얻어 종합 87.7점으로 모닝(77.1점)을 이겼다. KNCAP은 스파크에 1등급, 모닝에 3등급 도장을 찍었다.
스파크는 경차답지 않은 안전성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든든한 점은 시승한 스파크 LZT에 에어백이 8개나 달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파크는 초고장력·고장력 강판을 72% 사용해 고강성 차체 프레임을 짜고, 전방 충돌 시 충격을 위·아래로 분산시키는 우물정(井)자 모양의 ‘듀얼 크래시 로드 패스(Dual Crash Load Path)’를 적용했다. 거기다 전방충돌경고시스템(FCA), 차선이탈경고시스템(LDWS), 사각지대경고시스템(SBSA)으로 무장했으니 두려울 게 없다.
[사진 : 박소현 객원기자] |
◆달리기 시작하면 120km까지는 ‘쭉쭉’
서울 은평구에는 영화 인셉션을 연상시킬 만큼 가파른 도로가 있다. 서신초등학교 옆길로 나 있는 은평터널로를 지나고 있자면 도로가 접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만큼 경사가 높다.
서울 강남과 인천, 경기 어디서든 잘 달려주던 스파크가 ‘인셉션 도로’를 오를 때만큼은 ‘쉬익쉬익’ 소리를 냈다. 미안한 마음에 히터를 꺼야 했다. 3기통 1.0ℓ SGE 에코텍 엔진과 C-Tech CVT가 발휘하는 토크(최대 9.7kg·m)로는 버거운 경사였나 보다. 그 와중에 신호 정체로 오르막길에 멈춰서야 했는데 밀리지 않고 버텨내는 게 대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사로밀림방지장치(HSA)가 탑재돼 있었다.
700마력대의 스포츠카도 있다지만 그에 비하면 스파크의 최고출력은 75마력으로 귀여운 수준이다. 추월하려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에는 동승한 여기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스파크가 ‘으앙’ 이를 악물고 내달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 이를 악물면 120km/h까지는 무리 없이 치고 나간다. 게다가 공차중량이 910kg밖에 되지 않아 날렵하고 도심에서 못 가는 길이 없다. ‘시티 모드’ 버튼을 누르면 조향 보조력이 향상돼 적은 힘으로도 휠을 조작할 수 있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휠이 주행 상황에 따라 충분히 기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에 시티 모드는 한 번밖에 켜보지 않았다.
[사진 : 박소현 객원기자] |
◆“스파크라면 괜찮아”
차가 코랄핑크 스파크라고, 운전자가 여자라고 짐작해 얕보는 일은 시승 기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도로 위에서 에스코트 받는 느낌이었다. 제원상 복합연비 14.3km/ℓ, 도심연비 13.2km/ℓ인 스파크와 2박 3일 함께한 결과 주행연비는 13.5km/ℓ 정도였다. 서울 도심과 외지를 오가며 높은 연비와 낮은 고속도로 통행료에 감탄했다.
시승 기간 동안 소중한 사람들이 ‘경차 타면 위험하다’며 꾸준히 안부를 물어왔지만, 기자는 매번 웃으며 생존신고를 했다. 언젠가는 “경차라도 스파크라면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2018년형 스파크의 판매 가격은 992만~1559만원이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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