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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이태경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기업 임원 A씨는 요즘 강남구로 이사할 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동안 딸을 외국어고에 입학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자사고·특목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강남 학군' 쪽으로 기운 것. A씨는 "집값이 부담되지만 자녀 교육이 최우선인 만큼 무리해서라도 옮기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최근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집값을 좌우하는 교육 정책은 거꾸로 강남 집값을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계속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세금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면적 97㎡ 전세는 작년 11월 초 10억80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월엔 12억원으로 뛰었다. 매매가도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 한 달간 1.06%, 12월에는 1.24% 올랐다. 서초구·송파구도 한 달에 1% 안팎씩 가파르게 올랐다. 아파트 단지마다 1주일새 수천만원씩 호가(呼價)가 높아지면서 매수 대기자들은 "집값이 미쳤다"며 아우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부터 학교에서 정규수업이나 방과후 학교에서 선행·보충 학습을 금지한 '공교육 정상화' 정책은 상위권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 대입 수시모집 확대, 특히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 확대도 마찬가지다. '뭘 보고 뽑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는 학종은 눈에 띄는 '스펙'을 쌓기 위한 전략과 정보에 빠른 사교육 업체가 모인 강남 8학군의 주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대는 수시모집에서 100% 학종으로 선발했는데 강남 3구 출신 합격자 수가 131명으로 전체의 32%에 달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교육부는 강남 집값에 기름을 부을 정책을 또 추진하고 있다. 대입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대학별 논술·면접 시험 난이도가 올라가고, '학종' 비중이 커져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 대한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도 영어 사교육이 발달한 강남 선호도를 높일 것이란 우려가 높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강남 인프라의 핵심은 교육 수준인데 이를 끌어내리려는 정책은 지금껏 아무런 효력을 보지 못했다"면서 "공교육 수준을 끌어올려 다른 지역에 '제2, 제3의 강남'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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