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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겉으론 평온 속으론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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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9시52분 일부러 공항철도 인천공항1터미널역에 내렸습니다. 목적지는 제2여객터미널이었지만, 목적은 바로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진짜 목적은 ‘오(誤)도착’으로 혼란을 빚는 인천공항 현장이었습니다. 이날 공식 개항한 제2여객터미널은 오픈 전부터 ‘사전공지를 받지 못한 승객들이 길을 헤맬 것’, ‘시간에 쫓겨 비행기를 놓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등의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인천공항공사는 “승객들이 여객기를 놓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신신당부 했지만, 시작 전에는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오(誤)도착’ 방지 안내 곳곳 허점 노출

공항철도 제1여객터미널역 개찰구를 찍고 나오자마자 ‘여기는 제1여객터미널’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바로 옆에는 제2여객터미널 이전 항공사 명단과 ‘위 항공사를 이용하는 여객은 제2여객터미널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3층 8번 순환버스 탑승’은 한글로만 쓰여 외국인 승객들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오도착 승객’을 신경 쓴 듯 제1여객터미널까지 가는 길 곳곳에 관련 안내문이 보였습니다. 제1여객터미널에서 제2여객터미널로 이동하는 방법은 총 3가지입니다. ‘3층 8번 순환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법, 1층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 공항철도 역으로 돌아가 공항철도를 타는 방법입니다. 5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는 가는 데 15분이 걸리며 비용은 무료입니다. 택시는 있는 차를 바로 탈 수 있겠지만, 시간은 15분 정도로 버스와 같고 비용은 1만4000원 정도(네이버 지도 기준) 듭니다. 공항철도는 타기만 하면 6분이면 제2터미널에 도착하지만 터미널에서 역, 역에서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 또 6~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철도 특성을 감안하면 급할 때 타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일단 제1여객터미널에 들어서면 순환버스 정류장을 찾는 건 쉽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오르고 올라 3층에 오면 오른쪽 30m쯤 8번 출구가 보입니다. 중간중간 분홍색 옷을 입은 안내원도 있고, 곳곳에 표지판도 있습니다.

오전 9시59분 순환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기다린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버스가 도착하자 짐을 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버스에서도 비슷한 행색의 사람들이 무더기로 내렸습니다.

■순환버스, 입구 좁고 계단 높아 이용 불편

캐리어가 많다면, 휠체어를 탄다면, 몸이 불편하거나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렵다면 터미널을 헷갈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순환버스 타는 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입구가 좁고 계단이 높았습니다. 기자가 버스를 탈 때 캐리어 3개에 노란 짐보따리를 든 중국인 여성이 있었는데, 약 30㎝ 높이 계단 4개를 오르기엔 힘이 부쳐 주변 사람들이 도와야 했습니다. 국제공항 승객 특성상 큰 짐을 끄는 승객이 많지만, 버스 트렁크를 열고 닫을 시간은 없어 짐과 승객이 한 무더기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2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도로는 순탄했지만 좌·우 회전을 하거나 감·가속을 할 때는 짐을 꼭 붙들어야 합니다. 내릴 때는 내리고 타는 승객들이 엉켜 캐리어가 넘어지거나 계단에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오전 10시2분에 도착한 버스가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17분. 정확히 15분이 걸렸습니다. 도착한 버스는 다시 제1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승객들을 싣고 1분 만에 떠났습니다. 곧바로 다음 차가 오전 10시21분에 도착했습니다.


■대중교통편 무난…첫날, 승객 짐 1000여개 안 싣고 떠나

제2여객터미널은 예상보다 붐비지 않았습니다. 실제 면적은 1터미널보다 작지만, 높은 천장과 널찍한 공간활용 덕에 제2여객터미널은 넓어 보였습니다. 승객보다 눈에 띄는 건 언론사·방송사 카메라였는데요, 그만큼 제2여객터미널에 관심이 많이 몰렸다는 뜻이었을겁니다. 터미널 5층에 마련된 전망대·홍보관을 찾은 이들도 많았습니다. 전망대·홍보관에는 승객들이 맡긴 화물이 어떤 절차를 거쳐 다시 승객에게 돌아가는지를 가상현실(VR)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는데 “어지럽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홍보관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을 축소해놓은 모형, 화물 운송 절차, 인천국제공항의 역사 등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제1터미널에 잘못 도착한 경우를 제외하면) 제2터미널로 오는 교통편은 잘 마련돼 있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전국 각지를 오가는 버스, 서울역까지 이어진 공항철도, KTX가 한 자리에 있었습니다. 광주광역시까지 가는 버스는 3만2300원, 경북 포항 버스는 4만4300원이었습니다. 필로티식으로 설계된 버스 터미널이 드나드는 차량 수에 비해 좁아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관련기사▶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직접 가봤더니…“어,어, 스톱!” 교통안전 빨간불)


이날 제2여객터미널을 이용한 승객은 출국자 2만6854명, 입국자 2만4466명, 총 5만1320명이었습니다. 오도착으로 비행기를 놓친 승객은 없었지만, 주인을 못 따라간 짐이 속출했습니다. 수하물처리 과정 문제로 항공기가 승객 짐을 안 싣고 출발한 겁니다.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KE623편 수하물 154개, 베트남 호찌민 KE685편 72개, KE683 56개 등 이날 제2터미널에서 출발한 항공기에서 모두 1000여개 수하물 누락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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