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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법원 이어 교도소 찾아간 드라마… 지금은 '깜드' 열풍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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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일승' '슬기로운…' 등
불평등한 사회 단면 보여주지만 범죄자 미화 우려의 목소리도
"사건 번호 2016고단1178. 피고인 김제혁이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폭력을 행사하고, 위험한 물건인 트로피로 폭행해 상대에게 중상을 입힌 점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이에 피고인 김제혁에게 징역 1년의 법정 구속을 선고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목전에 둔 특급 마무리 투수 김제혁(박해수)이 유니폼을 벗고 수의(囚衣)를 입는다. 죄목은 '과잉방위'. 친여동생을 겁탈하려던 성폭행 미수범과 격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하루아침에 '국민 영웅'에서 구치소 수용자로 전락한다. 집행유예 여론에도 법원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원심을 확정한다. 서부교도소로 이감돼 남은 10개월 옥고를 치르게 된 '수퍼스타'의 본격 감방 적응기가 시작된다.

◇의드·법드 잇는 '깜드' 열풍

이른바 '깜드'(감방 드라마)라는 교도소 배경 드라마가 연달아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깜드'의 포문을 연 드라마는 올 초 방영된 SBS '피고인'이다.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지성)가 진범 차민호(엄기준)에게 맞서 무죄를 입증해가는 줄거리로, 최고 시청률 28.3%(닐슨코리아)로 종영했다. 최근에는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SBS '의문의 일승'이 각각 방영 첫 주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 TV프로그램 전체 1위로 출발하면서 '깜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는 “교도관과 재소자 등 감옥에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해 ‘교도소 디테일’을 살렸다”고 말했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는 “교도관과 재소자 등 감옥에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해 ‘교도소 디테일’을 살렸다”고 말했다. /tvN


'깜드'는 '법드'(법정 드라마)와 '의드'(의학 드라마)의 유행을 잇는 새로운 드라마 흐름이다. 취업 준비생이나 공시생처럼 대중이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비엘리트 집단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최근 유행과도 궤가 같다.

교도소는 지략 대결이 펼쳐지는 법원이나 생사 한가운데서 촉각을 다투는 병원과는 다른 공간적 긴장감을 극에 부여한다. 주류에서 벗어난 인간 군상을 그리면서 예측 못 할 투박한 갈등과 다툼을 그린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외부 진료를 받고 온 수감자가 평소 반감을 갖고 있던 김제혁의 어깨를 불시에 칼로 찌르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2화의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이다.

'깜드'는 일반인에게는 미지의 공간인 교도소 구석구석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피고인'과 '의문의 일승'은 실제 교도소로 썼던 옛 장흥교도소에서 촬영했고,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지인 의정부 녹양동 세트장은 수감방, 징벌방 등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했다. 신원호 PD는 "작년 4월부터 감옥에 다녀온 출소자들을 인터뷰하면서 항문 검사실과 징벌방, 교도소 내 일터인 목공장 같은 공간적 세밀함과 기상 음악, 온수 샤워, 수감자끼리 식사하는 법 등 문화적 세세함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범죄자 미화 우려도

일과가 정해진 교도소 시스템이 일견 평등해 보이지만, '범털'(돈과 권력을 가진 재소자를 가리키는 은어)부터 '개털'(돈이나 뒷줄이 없는 일반 재소자를 가리키는 은어) 수감자까지 결국 불평등한 사회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점도 흥미 요인으로 꼽힌다. 한 지상파 PD는 "작년 10월 국정 농락 사태 후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유력 정치인과 재벌 총수가 옥중 특권을 누린다는 언론 보도와 맞물려 '깜드'가 시공간적 시의성을 확보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깜드' 열풍은 예능까지 번지고 있다. MBC '진짜 사나이'를 연출한 김민종 PD는 YG엔터테인먼트 이적 후 첫 예능으로 교도소 리얼리티 '착하게 살자'를 선보인다. 제작진은 "구속부터 재판, 수감까지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면서 "'죄를 짓지 말자'는 공익적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예인을 범법자로 설정해 교정 생활을 담는 과정에서 범죄자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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