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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도입 1년, 의료계 미친 파장은? "요지부동 빅5병원 쏠림 구조에 균열"

조선비즈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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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이 개발한 의료용 인공지능(AI) ‘왓슨(Watson)’이 국내 의료기관에 상륙한지 꼭 1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7개병원이 진료 현장에 왓슨을 도입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이른바 ‘빅5병원’이 제패해온 상급종합병원계의 암(癌)진료 순위에 균열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왓슨 도입 1년 후 주요 변화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 다학제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인공지능 ‘왓슨(Watson)’이 제시한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인천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 다학제진료실에서 의료진이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인공지능 ‘왓슨(Watson)’이 제시한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 길병원 암 진료 실적 껑충…빅5병원 쏠림 균열 일으켜

가천대길병원이 왓슨 도입 전인 작년까지만 해도 이 병원은 ‘상급병원의 암종별 진료 실적 상위(BEST)10 순위’에 한 종목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 3개 암종(대장암, 유방암, 위암)이 상위 10위권내에 진입했다.

구체적으로 길병원의 대장암 청구액은 2016년 18위에서 2017년 8위로 올라섰다. 유방암 청구액은 2016년 13위에서 2017년 9위, 폐암 청구액은 2016년 20위에서 2017년 10위가 됐다. 위암은 17위에서 12위로, 간암은 16위에서 14위로 올랐다.

10대암 전체 청구액수는 2016년 1~9월 221억2000만원에서 2017년 1~9월 323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2억2000만원 증가했다. 10대암 청구액을 기준으로만 보면 길병원은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에 이은 2위 그룹(화순전남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요지부동이던 상급병원 암 종별 진료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며 “길병원은 올해 베스트 10에 3종목을 올린 유일한 병원”이라고 밝혔다.

가천대길병원이 지난 6일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on for Oncology) 도입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 허지윤 기자

가천대길병원이 지난 6일 ‘IBM 왓슨 포 온콜로지(Waton for Oncology) 도입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 허지윤 기자



전례 없던 일도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빅5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다시 길병원을 찾아온 환자는 37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실제 치료까지 받은 환자는 15명이었고, 나머지는 왓슨과 길병원의 의료진의 의견(세컨드 오피니언)을 참고했다.


그동안 지방 환자들이 재진(再診)을 받으러 서울 주요 종합병원으로 찾아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서울 종합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인천 등 지방병원에 재진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 “왓슨으로 다학제 진료 극대화”

딱딱했던 의료 문화도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는 “왓슨이 다학제 진료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많은 국내 병원들이 여러 진료과목별 교수진이 모여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토론해 결정, 환자에게 제시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상명하복의 문화 탓에 선배 의사와는 다른 의견 제시가 쉽지 않다. 묘한 기싸움과 감정 소모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백 교수는 “왓슨은 기계이니 왓슨의 결정에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다”며 “왓슨이 의사가 인지하지 못했던 좋은 레퍼런스를 알려주면 환자에게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 위암, 낮은 의견 일치율 어떻게?

왓슨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실제 위암 진료 영역에서는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 일치율이 낮다. 길병원에 따르면, 위암에 대한 의견일치율은 72.7%이나 세부적으로 4기 위암 환자에 대한 의견 일치율은 40%에 그치는 수준이다.

왓슨과 의료진의 치료법에 대한 의견 일치율이 높을수록 왓슨의 결정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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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에 대한 의견일치율이 더 저조한 이유에 대해 백정흠 교수는 “IBM의 왓슨은 미국 병원 등 서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위암환자가 많은 한국과 달리 서구에서 위암은 발병률이 낮은 드문 질환”이라면서 “위암 확진 환자에 대한 수술 및 치료기법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이 왓슨에 반영이 안 돼있다”고 지적했다.

인종, 나라마다 다른 질병 양상 및 의료체계, 문화 등으로 인해 낮은 일치율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형 왓슨 포 온콜로지’가 필요하다는 게 길병원의 판단이다.

백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위암에 관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치료법도 뛰어나다”면서 “왓슨을 현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IBM과 파트너십을 맺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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